0. 서론
이번에 리뷰할 렉처는 위치핸드 렉처하면 가장 대표적인 두 렉처인 데킬라 허슬러와 V2이다.
두 렉처 모두 로직퍼즐에 기반하는 방식으로, 로직퍼즐이란 간단하게 말하면 논리구조를 이용한 마술을 말한다.
연출자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객에 이에 대해 대답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어느쪽 손에 물건을 숨겼는지 알아내는 방식으로, 물건의 위치를 언제나 100% 알아낼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다. 관객의 텔을 읽으려 할 필요도 없고, 특별한 기믹이나 세팅이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에 임프롬투하게 시행하기에 적합하지만, 가장 큰 문제인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단점이 있다.
로직퍼즐류, 특히나 이번 두 렉처에서 사용하는 방식은 'Yes or No' 질문을 하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항상 절반씩 줄일 수 있고, 소위 질문을 n번 하면 2^n 가지 수에 대한 커버가 가능하다. 사실 아주 극단적으로 하면 '당신의 왼손에 있나요?' 라고 한번만 물어보면 어느손인지 바로 알 수 있는게 바로 위치핸드이기때문에(경우의 수가 왼손과 오른손 두가지 뿐이니), 이를 얼마나 교묘하게 잘 꾸며서 이러한 '로직퍼즐의 냄새'를 없애냐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냄새가 잘 지워지지 않은 '별로인 질문'을 하면 바로 로직퍼즐의 티도 많이 나고, 관객도 백트래킹이 쉽게 된다)
두 렉처 모두 이를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 방식이 아주 재밌는데, 바로 관객이 대답을 하되 진실로 대답해도 되고 거짓으로 대답해도 된다는 아주 신박한 방식이다. 이를 어떤식으로 적용해서 로직퍼즐을 만들었을까? 지금부터 알아보자
1. 테킬라 허슬러
명실상부 가장 유명한 로직퍼즐 위치핸드 렉처인 테킬라 허슬러이다.
30달러의 가격에 30여 페이지의 PDF렉처와 45분가량의 동영상 강의(보너스 아이디어)가 제공되며 기본적으로는 관객이 꺼낸 자신의 동전을 위치핸드를 한번 하는 루틴과 그 위치핸드를 시행한 동전의 년도를 맞추는 루틴,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두 루틴 다 상당히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요즘 동전을 들고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기에 사실상 두번째 파트는 시행하기 어려워 보통 첫번째 파트만을 주로 이야기한다.
앞서 언급하였듯 이 루틴에서는 관객이 진실로 대답해도 되고, 거짓으로 대답해도 된다. 즉, 원칙적으로 우리가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서 해야 할 질문은 단 두개로, 이를 통해 '관객의 진실/거짓 여부'와 '어느 손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루틴에서는 이것을 아주 교묘한 방식의 두 질문으로 구성하여 로직퍼즐 냄새를 지웠고(심지어 한가지 동작이 추가됨으로서 우리가 알아낼 수 있는 한가지 정보를 포기하면서까지!) 연출 자체도 마술사의 편의를 위한것이 아니라 마술사가 더더욱 맞추기 어렵게 하기 위해서 관객이 말하는 방식을 바꾸게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연출에서 관객은 '논리를 이용해서 알아냈어!'가 아니라 '마술사가 내 마음을 읽어서 알아냈어!'라고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기법의 해설 외의 나머지 부분은 추가 아이디어와 다른 마술사들이 변형한 방식의 아이디어가 제공된다.
추가 아이디어에서는 동전 대신 여러개의 열쇠들, 물총, 지폐 등을 이용한 기법을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데킬라 허슬러의 방식은 동일하지만, 나머지 도구들을 이용하여 결과의 공개방식에 차이를 두거나 특정 도구이기 때문에 가능한 추가 연출들에 대한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파트이기는 하지만, 이런 루틴들은 결국 '마술사가 미리 준비해간 물건을 이용'한다는 느낌 때문에 어떤식으로 진행되어도 '너무 각잡고 준비된 기분'이 들어서 그다지 메리트가 없는 것 같다.(특히나 원안부분이 관객의 물건이나 종이 등 정말 아무거나 사용해도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타 마술사들의 연출 바리에이션도 흥미롭다. 간단하게만 소개하면...
1) 테킬라 허슬러 파티 - 콜린 맥레오드
4명에게 동시에 시행하는 위치핸드 루틴. 기본적으로는 위의 테킬라 허슬러의 원리를 그대로 사용하는데, 사실상 같은 내용이지만 패터를 4명 모두 다 다르게 하여 4개를 동시에 맞추는 방식.
2) 영웅과 악당 - 피터 터너
진실만 말하는 영웅과 거짓만 말하는 악당의 이야기로 구성된 루틴. 피터 터너스럽게 기존의 로직퍼즐을 기반으로 하지만, 프롭리스한 느낌을 추가하여 볼드한 연출로 변형했다. 상당히 재밌는 루틴과 아이디어지만, 굳이 로직퍼즐에 이러한 기법을 섞어야 할까(성공률이 100%가 아니게 되니)라는 의문이 들던 루틴.
3) 작은 하얀 거짓말 - 마이클 머레이
서로 커플인 관객을 이용하는 연출. 테킬라 허슬러의 단점인 관객의 진실/거짓 여부까지 맞출 수 있는 연출이다. 커플인 관객이 있는 상황이라면 상당히 재미있는 연출.
위와 같이 정리된다. 다들 각 마술사의 개성이 드러나는 흥미로운 루틴들임은 분명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원안만으로는 분량이 모자라 억지로 끼워넣은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총평 - 위치핸드의 끝판왕. 이것 하나만 익혀도 위치핸드 루틴은 종결 가능!
총점 - ★★★★★
2. V2
로직퍼즐 위치핸드하면 빠질 수 없는 렉처인 V2이다.
35달러의 가격에 80페이지의 PDF를 제공하고 있고, 총 7가지 연출이 제공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여러 마술사들의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 렉처를 제작하게 되었는데 그중 위의 테킬라 허슬러도 포함되어 있다. 상당히 자세한 패터와 팁들이 제공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각각의 연출을 보면 아래와 같다
1) Veritas
기본적인 골자인 진실/거짓 플롯은 같지만, 여기서는 질문을 단 한번만 한다. 다만, 그 질문이 굉장히 '뻔한 느낌'이고 백트래킹도 매우 쉽다. 게다가 질문이 한번인만큼 그 빌드업과 과정이 길어서 관객이 자칫 헷갈려할 가능성까지도 있기에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연출이었다.
2) Vox
이번에는 아예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 가 포인트이지만, 사실 질문 대신 특정 행동을 할 것을 지시하기에 이것이 사실상 답변이라서 차이는 없다. 나아가 위의 Veritas보다도 더 지시사항이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 역시 굳이 할 이유가 없는 연출이라 생각한다.
3) Vox 2.0
위의 Vox를 바리에이션한 버전이다. 원리는 같지만, 패터를 수정하여 관객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한 버전이다. 다만 그만큼 관객의 백트래킹이 쉬워져서 두 연출의 상하에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며, 이 역시 추천하지 않는다.
4) Verbalist
관객 두명이 등장하고, 둘 중 한명의 한손에 숨기는 연출이다. 관객이 두명, 손이 두개, 관객 중 한명은 진실이고 나머지는 거짓이기 때문에 가짓수가 8가지로 우리가 해야할 질문 수는 3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고, 실제로도 3번 질문을 하는 연출을 알려준다. 굉장히 로직 퍼즐스러운 느낌의 패터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해보면 그러한 느낌을 충분히 지우고 할 수 있는 연출인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특히나 특정 경우에 따라서 공개 방식이 바뀌는데 이 역시 인상적이었다.
5) Verbalist 2.0
위의 Verbalist 연출을 보다 간단하고 함축화하여 변형한 버전으로, 놀랍게도 질문을 2번만 한다! 아주아주 교묘한 질문과 더불어 막스 메이븐의 특정 멘탈기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로직퍼즐의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위의 Vox와 다르게 확실한 Verbalist의 상위호완이며(물론 1.0 버전의 느낌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만서도) 가히 테킬라 허슬러에 버금갈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테킬라 허슬러와는 다르게, 아주 자연스러운 연출을 하려면 연습해야할만한 점들이 분명 있는 것은 단점.
6) Vice Versa
여러명의 관객과 함께 하는 위치핸드 연출로, 이전 마술들과 다르게 마술사가 동전을 숨긴 쪽을 관객들이 맞추는 마술이다. 역할을 바꾼 위치핸드를 여러번 진행 후 마지막 우승자까지 뽑은 후 선물을 주는데, 이 모든 것들이 예언되어 있는 연출이다. 여러 위치핸드 연출 사이에 낑겨있긴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위치핸드 연출이나 로직퍼즐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는 연출이다. 다른 연출들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스테이지에서 하기에는 아주 좋은 연출이라 생각한다.
7) Velvet
체스의 폰을 이용한 위치핸드 연출로 여러개의 질문 대신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객이 실제로 하는 행동은 오직 한번이기에 백트래킹이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로직퍼즐의 구조가 굉장히 간단하여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아주 큰 단점. 위의 Veritas나 Vox처럼 굳이 이렇게..?라는 느낌이 드는 연출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굉장히 길고 자세한 패터와 여러 연출들이 담겨있기는 하지만 같은 내용의 반복이 많고, 로직퍼즐의 구성이나 질문 자체도 테킬라 허슬러만큼의 포스를 보여주는 것이 없어서 아쉬운 렉처였다. 관객이 두명인 경우라면 위의 테킬라 허슬러 대신 버벌리스트 2.0을 시행하거나(이마저도 테킬라 허슬러 파티가 더 편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스테이지라면 (위치핸드는 아니지만) 바이스 벌사를 하는 것 정도는 고려할 수 있을 정도?
총평 - 다양한 연출상황과 스타일을 고려한 맛난 위치핸드 로직퍼즐 코스요리. 그러나 단품 하나하나는 미묘하더라.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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