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혁 마술사 멤버쉽 52 - 열일곱 번째 달 '101'

2026. 10. 30. 14:54·마술/마술강의 및 서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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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엄준혁 마술사의 멤버쉽 컨텐츠 <52>의 컨텐츠 리뷰이다.

 

‘52’는 구독 형태로 제공되는 카드 마술 강의 컨텐츠로, 구독료 24,000원에 매달 6개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5일에 한 개씩 공개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카드 마술에 필요한 기초 동작 / 핵심 기술 / 실용적인 루틴 연출 / 연출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 및 핸들링에 대한 팁 / 추가적인 아이디어와 변형 및 교훈 / 통찰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은 누적되는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결제 시점 기준 첫 영상부터 가장 최근 영상까지 모두 볼 수 있다. 다만 강의 특성상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나 기술을 후반부에서 다시 언급할 경우에는 짧게 정리하는 식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순차적으로 보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번에 리뷰할 내용은 열일곱 번째 달 제공 컨텐츠로, 패킷 핸들링 / 스프레드 커버 스틸 기술과 ‘101’ 연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초 동작 및 기술

 

이번 달의 기본 동작과 기술에서는 'Handling A Packet'과 'Spread Cover Steal'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패킷 핸들링'에서는 말 그대로 패킷, 즉 적은 장수의 카드를 다루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카드 마술은 풀덱을 사용하지만, 특정한 네 장의 카드를 꺼내(A 4장을 꺼낸다던지) 마술을 시작할 때 이렇게 소수의 카드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엄준혁 마술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카드를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을지, 기존의 메카닉스 그립을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관객에게 카드들을 보여줄 때는 어떤 방식으로 디스플레이하는 것이 자연스러울지 등을 다룬다. 전반적으로 '이런 방식이 더 좋으니 이렇게 하세요'라는 명확한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런 부분들도 한번 고려해 보면 어떨까요?'라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느낌이 강했던 파트. 개인적으로는 패킷을 사용하는 마술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는데('조커스 러브'와 같은 기믹 패킷류를 제외하면) 최근 오일 앤 워터나 재즈 에이스 같은 루틴들을 연습하고 있던 참이라 나름 인상적이게 봤던 파트였다.

 

'스프레드 커버 스틸'은 일반적인 인 더 핸드 스프레드(In-the-Hands Spread) 동작을 하면서 관객이 선택한 카드를 몰래 스틸하는 기술이다. 처음 접하면 상당히 볼드한 기술이라는 인상을 받지만, 실제 퍼포먼스에서는 그 타이밍이 절묘하면서도 교활해 의심이 많은 관객조차 스틸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실전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기도 해서 (이런 류 기술을 선호하지 않는) 나 역시 종종 사용하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다만 기존의 나는 정확한 핸들링을 익히기보다는 대략적인 감에 의존해 타이밍을 맞추는 식으로 사용해 왔고, 특히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왼손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이번 파트에서는 이를 상당히 간단한 방법으로 해결해 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메인 연출 - 101

 

(연출이 공개되어 있지 않기에 자세한 기술은 해법 노출의 여지가 있어 최대한 비마술인 관객 입장에서 느껴지는 인상 위주로 기술한다.)

 

연출) 4장의 K를 미리 덱에서 빼서 놔두고 그 위에 덱 케이스를 내려놓는다. 나머지 덱 중에서 관객이 원하는 위치의 카드를 하나 골라 그 카드를 덱 케이스 위에 내려놓는다. 마술사가 4장의 K와 관객의 카드를 잡고 신호를 주면, 어느새 관객의 카드는 사라져 있다. 사라진 관객의 카드는 아까 전 관객이 처음 카드를 골랐던 위치에서 그대로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다시 관객에게 설명하고 나면, 관객의 카드는 어느새 다시 4장의 K 속에서 등장한다.

 

연출 자체는 영상을 보지 않고서는 설명하기 다소 애매한 감이 있지만, 간단히 말해 관객이 선택한 카드가 네 장의 K 사이에서 사라져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오는 구조, 즉 카드 트랜스포테이션(Transportation)이 두 차례 일어나는 형태의 연출이다.(엄밀히 말하면 3페이즈?) 이러한 카드의 이동을 다루는 플롯 자체도 꽤나 익숙하고, 한 차례 보여준 마술을 다시 설명해 주겠다며 같은 현상을 반복하는 구성 역시 마술계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럼에도 연출의 패터에서 사용되는 언어적 표현이나 엄준혁 마술사 특유의 '기묘함'을 자아내는 분위기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익숙한 플롯과 구조임에도 묘하게 낯설고 기이하게 느껴지는 연출이랄까. (물론 연출 영상에 사용된 음악이 이러한 인상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해법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인상적인 포인트가 없었다. 아무래도 이 멤버십을 구독하며 여기까지 따라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을 법한 기술들이 사용되었고, 다른 멤버십 강의들에 비해 연출 자체도 비교적 익숙한 편인지라 카드 마술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법 역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엄준혁 마술사가 제시하는 각 동작의 타이밍과 당위성, 그리고 연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세세한 디테일들은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다른 마술에도 적용할만한 요소가 있긴 했으나, 독창적인 방식의 해법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실망할 법한 회차.

 

 

추가적인 아이디어들과 통찰

 

이번 달 더 나아가기 파트에서는 대체 핸들링과 추가적인 연출 아이디어들을 소개한다. 본 연출을 비롯하여 포 오브 어 카인드를 사용한 마술을 시작할 때 활용하기 좋은 가미 요소부터, 연출 도중 사용하는 특정 카운트의 대체 핸들링, 배니시 과정에서 관객의 손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내용이 다뤄졌다. 대체 핸들링 중 특정 스위치 동작의 경우 원본보다 내 취향이었고, 나머지 요소들 역시 (내 취향에는 안 맞았지만) 다른 마술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여지가 있던 파트.

 

마지막으로 엄준혁 마술사는 '디포스(Deforce)'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디포스는 일반적인 포스(Force), 특히 사이콜로지컬 포스(Psychological Force)와 반대되는 관점의 개념으로, 관객이 특정한 선택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에 가깝다. 일반적인 포스 역시 관객이 특정한 하나의 선택지를 고르게 만든다는 점에서 결국 나머지 선택지들을 고르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기에, 포스와 디포스는 서로 반대되는 개념인 동시에 본질적으로는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마치 토미 원더 마술사가 이야기했던 '미스디렉션은 없다. 오직 디렉션만 있을 뿐'라는 관점과도 비슷한 느낌)

 

엄준혁 마술사는 본 연출에서 관객이 카드를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일반적인 카드마술을 할 때 관객이 고르지 않았으면 좋겠는 카드들(Q하트, A스페이드, 조커 등)을 예시로 들며 디포스의 적용 범위와 이를 활용해 연출의 완성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재미있게 들었던 이야기였고, 본인의 연출을 99%에서 100%의 완성도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직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기보다 먼저 다듬어야 할 요소들이 더 많은 내게는, 조금 과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파트.

 

 

종합 및 총평

 

전반적으로 크게 인상적인 부분 없이 무난하게 흘러갔던 회차. 기본 동작과 핸들링에 관한 설명은 충분히 유익했지만, 아무래도 메인 연출 자체가 익숙한 플롯과 기술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다소 슴슴한 느낌이 강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해법에서 오는 신선함보다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데 의의가 있었던 회차랄까.

 

이제는 슬슬 정기구독을 잠시 쉬어가면서, 그동안 배웠던 연출 중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골라 복습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 볼 때가 온 것 같기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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