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앤 프루브(Show & Prove) - 박민범 마술사

2026. 10. 13. 15:48·마술/마술강의 및 서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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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박민범 마술사의 첫 번째 서적, <Show & Prove> 리뷰이다.

 

레온(Leon)이라는 닉네임으로도 활동했던 박민범 마술사는 최근 국내 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마술사 중 한 명이다. 비포선셋 공연장에서 2024년 봄 - 2025년 겨울 시즌에 매주 정기공연을 진행했으며, 여러 마술사의 공연에 게스트로 참여하거나 '돈 블링크', '오픈 테이블' 등 다양한 행사에서 활약해 왔다. 이외에도 PH와 함께 여러 마술 서적의 번역 작업에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는 아직 그의 공연을 직접 관람한 적은 없지만, 권에드 마술사의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한 모습이나 여러 영상을 통해 그의 마술을 접해본 적이 있었기에 이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던 마술사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첫 서적을 출간한다고 하니 자연스레 호기심이 생겼다. 마침 최근 들어 마술 공부에 다소 소홀해졌다는 생각도 들던 참이라, 오랜만에 마술 서적을 한 권 구매하게 되었다. 책은 패러다임 스튜디오 네이버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나는 얼리버드 혜택을 통해 50,000원에 구매했다. (현재 판매가는 60,000원)

 

 

<Show & Prove> 리뷰

Part 1

 

파트 1에서는 박민범 마술사가 다양한 공연에서 실제로 선보였던 네 가지 카드 마술 루틴을 소개한다. 각 루틴에는 QR 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체 연출 영상이 제공되며, 단계별 사진 자료와 함께 구체적인 핸들링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지레짐작

 

연출 : 관객들이 자유롭게 카드를 섞은 후, 마술사는 덱을 돌려받는다. 이어서 관객에게 원하는 숫자 하나를 말해달라고 하고, 그 숫자만큼의 카드를 정확히 떼어내겠다고 선언하지만 실패한다. 그러나 마술사가 떼어낸 카드 뭉치를 확인해보면, 그 안에는 관객이 말한 숫자와 정확히 일치하는 수의 빨간색 카드가 들어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마술사는 카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중 다이아몬드와 하트 카드가 각각 몇 장인지까지 정확하게 맞힌다. 마지막으로 하트 카드들은 정확히 어떤 카드들인지까지 모두 알아맞힌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불호였던 마술이다. 책에서는 해법 때문에 이 루틴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오히려 내게는 해법 자체는 나름 인상적인 반면 연출이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느낌이었다.

 

처음 관객이 말한 숫자만큼의 카드를 떼어내는 데 실패한 뒤, 사실 그 숫자가 빨간색 카드의 장수와 일치했다는 식의 반전까지는 괜찮았지만, 그 이후의 전개는 앞선 연출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보다는, 전혀 다른 효과를 억지로 이어 붙인 듯한 인상이 강했다. '지레짐작'이라는 개념을 루틴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끌고 가고 싶었다면 활용할 수 있는 연출의 방향이 훨씬 다양했을 텐데, 굳이 이런 형태로 마무리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던 연출.

 

+) 차라리 좀 비틀어서 그 유명한 'Shuffle-Bored' 형태로 모든게 예언되어 있었다는 식으로 갔다면, 좀 뻔하더라도 나았을듯..?

 

 

눈보다 빠른 손

 

연출 : 4장의 에이스 카드를 사용한다. 마술사는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이야기를 하며 오른손에 쥔 4장의 에이스를 한장씩 반대손으로 이동시키는 연출을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으로, 4장의 카드를 확인하면 어느새 모두 K로 바뀌어 있다.

 

일종의 카드로 선보이는 3 Fly 연출이다.(여기서는 4 Fly?) 해법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글로만 읽었을 때는 일부 핸들링의 당위성이 부족하거나 '이게 과연 자연스럽게 이어질까?' 싶은 부분들이 있었다. 그러나 QR 코드를 통해 실제 연출 영상을 확인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핸들링의 난이도도 예상보다 높지 않은 편이고, 무엇보다 연출의 기승전결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효과도 직관적이고 전체적인 흐름도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워,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루틴. 조금만 연습해서 손에 익힌다면 어디서든 부담 없이 꺼내 보여줄 수 있는 꽤 쓸 만한 무기가 될 듯?

 

 

띵크 인 더 미들

 

연출 : 관객이 덱을 자유롭게 섞은 후, 카드를 앞면으로 조금씩 펼쳐 나간다. 이때 마술사는 고개를 돌려 카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임의의 순간에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고, 관객은 그 위치의 카드를 기억한다. 이후 마술사는 자신이 보지 못한 관객의 카드를 정확하게 맞힌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듯한 연출이다. 우선 연출 자체는 흔히 볼 수 있는 'Think of a Card' 형태의 루틴에 가깝다.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연출의 흐름과 결말이 달라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를 크게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관객은 여러 경우의 수 중 단 하나의 결과만 경험하기 때문에, 어떤 결말이 베스트 웨이이고 어떤 결말이 상대적으로 아쉬운지를 구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마술사 입장에서는 가장 보여주고 싶은 이상적인 결말이 있겠지만, 관객에게는 어떤 결과든 처음부터 마술사가 의도한 결말처럼 느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마술사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주도권'이기도 하다.

 

해법 역시 상당히 볼드한 방식을 사용하지만, 소위 '아웃(Out)'에 해당하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각각의 대처법이 준비되어 있어 어떤 경우든 루틴을 100%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PH의 연출을 기반으로 한 핸들링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멘탈리즘 계열의 루틴은 물론 예언 형태의 카드 마술에서도 활용도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한다. 당장 이 루틴을 직접 공연할 생각이 없더라도, 핸들링 자체는 한 번쯤 익혀둘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

 

 

오픈 오일 앤 워터

 

연출 : 관객이 덱을 섞고 시작한다. 마술사가 덱을 돌려 받고, 마술사는 덱에서 검은색 카드 3장과 빨간색 카드 3장을 꺼낸다. 여섯 장의 카드를 서로 번갈아서 섞어준 뒤 신호를 주면  같은 색끼리 분리되어 있다. 그리고 확인해보면 어느새 덱도 빨간색과 검은 색으로 분리되어 있다. 

 

연출 자체는 훌륭한 편이고, 특히 초반에 관객이 직접 섞었던 덱이 마지막에는 깔끔하게 분리된다는 결말도 나름 인상적이었다. 다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부분들이 있었고, 워낙 다양한 버전의 오일 앤 워터 루틴이 이미 존재하다 보니 그중에서도 이 연출만의 뚜렷한 강점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루틴이라는 뜻은 아니지만, 기존의 연출들을 대체할 만큼 특별한 매력이나 차별점이 있는지는 조금 의문. 나 역시 기존에 하던 시퀀스가 있다보니 굳이 이 연출을 할 일은 없을듯 싶네.

 

 

Part 2

 

파트 2에서는 박민범 마술사가 지난 수년간 여러 무대에서 공연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다룬다. 실제 공연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다양한 통찰과 실전적인 조언들을 공유하는 파트이다.

 

공연을 시작하는 방법부터 어떤 마술을 공연에 활용해야 하는지, 공연을 위한 대본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셀프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해야하는지 등 마술 자체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공연장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 공연을 홍보하는 방법,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방법 등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마술 외적인 요소들까지 상당히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조언들이 대단히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흔히 마술 이론서에서 접할 수 있는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이미 충분한 경력을 쌓은 프로 마술사의 관점에서 제시하는 조언과는 결이 달랐다. 오히려 아마추어에서 직업 마술사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그야말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정기적인 공연 활동을 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벤트성으로라도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서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런 날이 온다면 이 책을 다시 펼쳐보며 참고할 만한 내용이 상당히 많겠다는 생각이 들던 파트.

 

 

종합 및 총평

 

무대 위의 마술 네 가지, 그리고 무대 뒤의 수많은 이야기.

마술의 해법뿐 아니라, 공연의 해법까지 담아낸 책.

 

 

우선 파트 1에서 소개한 마술들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지레짐작' 루틴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나머지 세 가지 마술은 개인적인 취향에도 잘 맞았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실전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루틴들이라는 것.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실제로 될 것 같지 않은 연출을 수차례 성공했다고 어필하는' 식이 아니라, 실제 공연 환경에서도 큰 부담 없이 선보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제대로 준비된 무대 공연에서도 효과적이지만, (저자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사석에서도 특별한 준비 없이 퍼포밍 가능하단 점도 소소한 장점.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파트 1의 마술들보다도 파트 2에서 다룬 경험과 노하우의 공유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국내에도 <마술을 하면서 배운 101가지>나 <마술책엔 없는 비밀 52> 등 마술에 관한 다양한 이론서들이 존재하지만, 현재 국내 마술계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마술인들이 실제로 공연을 기획하고, 나아가 마술을 직업으로 삼아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이 책만큼 현실적인 가이드가 되어줄 만한 서적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각의 주제를 대단히 심도 있게 파고들거나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추어 마술사가 자신의 마술을 하나의 공연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통해 직업 마술사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안내하는 입문서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과연 60,000원이라는 가격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마술 서적이나 렉처를 평가할 때 '가성비'라는 요소를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솔직히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 이런 부분에서는 함께 작업해 온 PH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PH의 저서인 <1023>이나 <Remorse> 를 읽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용 자체는 충분히 괜찮고 분명 배워갈 만한 요소들도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

 

종합하면 이번 책 역시 전반적인 완성도와 실용성에는 만족했지만, 정가를 기준으로 누구에게나 선뜻 추천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가격이라는 생각이다. 클로즈업-팔러 규모 무대 퍼포밍용 카드마술을 배우고 싶거나, 마술로서 수익을 내보고자 하는 마술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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