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면산장 살인사건> 리뷰이다. 이 작품은 199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용의자 X의 헌신', '악의' 등과 함께 국내 독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 중 하나다.
블로그에서도 그의 작품을 여러 차례 리뷰했을 만큼 오랫동안 좋아해 온 작가였기에, 얼마 전 그가 대장암으로 타계했다는 소식을 듣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후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의 작품들을 다시 하나씩 읽어보고 있는 중인데, 기록 겸 리뷰를 남겨본다.
시놉시스
아버지 소유의 별장 근처 작은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꿈이었던 도모미는 그 꿈이 이루어질 날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운전 부주의로 인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절벽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얼마 후, 그녀의 약혼자였던 다카유키는 도모미의 아버지로부터 별장에 와서 묵으라는 초대를 받는다. 도모미가 죽은 이후에도 그녀의 가족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다카유키는 기꺼이 초대에 응해 도모미의 부모와 오빠를 비롯한 7명의 친인척과 함께 별장에서 며칠을 보내기로 한다.
다카유키가 별장에 도착한 날 밤,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 강도가 별장에 침입해 그곳에 모여 있던 8명을 감금하고 인질극을 벌인다. 인질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인질과 강도 사이에 피 말리는 신경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인질 중 한 사람이 등에 칼이 꽂힌 시체로 발견된다. 정황으로 미루어 범인은 강도가 아닌 인질 중 한 사람. 나머지 7명의 인질은 서로에 대한 의심으로 패닉에 빠지는데…….
감상후기(약스포 O)
예상 가능한 반전과 말 그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식 해법
그러나 가면이 벗겨지는 결말은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1990년에 발표된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물론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야기의 전말이나 핵심 반전을 예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오늘날 익숙하게 느껴지는 여러 클리셰의 오랜 선배에 해당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술술 읽히는 문체와 등장인물 모두를 조금씩 수상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서술이 더해져, 추리소설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한정된 공간에 모인 인물들 사이에서 의심이 번져가는 과정과 조금씩 드러나는 단서 역시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추리소설에서 흔히 단점으로 지적되는 ‘작위적인 설정’도 이 작품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사건이 지나치게 절묘하게 맞물려 있다는 사실 자체가 철저히 의도된 장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사건의 진상을 풀어내는 방식은 말 그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어, 독자가 단서를 조합해 범인을 밝혀내는 정통적인 추리의 쾌감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모든 진실을 알고 마지막 장면에 도달했을 때 남는 인상은 상당히 강렬하다. 사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에는 영화 '나우 유 씨 미'의 결말을 보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 최근까지도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오던 히가시노 게이고였기에, 그가 더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없다는 사실이 그저 아쉬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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