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마술 3대 측정'에 관한 이야기

2025. 9. 27. 21:04·마술/기타 마술관련 소식, 생각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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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드 마술을 잘 안하고 있었다. 매번 하던것만 하는것 같아서 지루하기도 했고, 마술을 보여줄 대상도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후키 오프라인 세미나 이후 관심이 생긴 동전 마술에 집중하고 있던 것도 하나의 이유.

 

그런데 막상 아직 남들 앞에서 마술을 보여준다고 하면 카드마술만한 국밥이 없다. 동전 마술들은 아직 남들에게 보여줄 수준이 되지 않고, 컵 앤 볼 / 에그백 / 링킹링 등 마술은 즉흥적으로 보여주기가 힘들어 평소 들고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마술인들끼리 만날때 '마술 하나 보여주세요'라고 자주 말하는데, 이럴때를 대비해서 어떤 마술을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아래의 글을 작성해본적도 있다.

 

카드 마술 추천글

 

 

그러던 중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하나의 영상을 보게 된다. 2022년, 한창 김준표 마술사와 PH가 유튜브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던 시즌의 영상이었는데, 이 영상 중간에 꽤나 재밌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준표 마술사 유튜브 영상 '마술에 천재는 많지만 정점은 하나다' 중

 

바로 '마술 클로즈업 3대 측정' 이야기. 소위 3대 운동처럼 대표적인 마술들 중 어떤 것을 어떻게 할수 있느냐에 관한 이야기였고, 영상에서는 카드마술 7가지를 선정하여 각자의 방식으로 연출을 한다.(꽤 재밌으니 마술인이라면 보는것 추천)

 

 

여기서 착안을 얻어서 '카드 마술 3대 측정'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대략 10-15개 정도의 카드 마술을 목록으로 선정하고, 서로 만나거나 할때 아래 목록에서 2개 + 자신만의 마술 1가지만 보여주세요! 라고 하는 방식. 당연히 이것으로 실력을 측정하거나 그런건 아니고, 그냥 마술인들끼리 교류할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기에 너무 무겁게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내가 각 마술별로 하나씩 할 수 있는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고...

 

물론 세상에 수백가지의 카드 마술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카드 마술들을 아래의 사진을 참조하여 추려봤다. 아,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조건은 노말덱으로만! 해야한다는것. 가프 카드 한장정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할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퓨어하게 빌린덱으로 바로 할 수 있는 마술을 조건으로 생각해봤다.

 

마술잡지 아르카나 2023년 1월호 사진 중

 

 

1. 엠비셔스

연출) 관객이 고른 카드를 덱 중간에 넣어도 계속 올라오는 마술

 

카드 마술중에서 이미 구조적으로 완성된 마술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예외가 바로 엠비셔스이다. 데럴의 방식이 워낙 완성되어있는지라, 많은 이들이 자신만의 터치를 가할지언정 크게 바뀌는건 없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으로도, 연출상으로도, 비쥬얼적으로도 완벽한 마술.

 

내가 한다면? - 데럴방식 그대로. 다만 중간에 패스 한번 + 입으로 물기 + 카드 구부리기 정도에 쉬프티 정도 넣으려나?

 

 

2. 트라이엄프

연출) 관객이 카드 한장을 고르고, 덱을 앞뒤로 뒤죽박죽 섞은 뒤 신호를 주면 관객 카드 외 나머지가 모두 정렬되는 마술

 

마술 이름과 현상이 굉장히 잘 일치하는 마술. 얼마나 '오픈하게' 섞인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 이야기를 곁들일지, 아니면 그냥 쿨하게 연출할지 는 연출자의 취향. 간혹 인비저블 덱 연출과 비슷한 결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섞은 카드가 정렬된다'와 '별 터치 없이 관객이 말한 카드만 뒤집혀있다'는 모습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한다면? - 마술인에게는 노지마 노부유키의 Out of Control / 비마술인에게는 클래식한 방식 or 오픈 트라이엄프

 

 

3. 카드 샌드위치

연출) 관객이 고른 카드가 2장의 조커사이에서 나타나는 연출

 

또 하나의 국밥 연출. 다만 개인적으로는 에드말로의 '그 기술'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선호하지 않는 연출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의 약점일지도. 그래도 경찰과 도둑 이야기는 좋아한다.

 

내가 한다면? - 마술인에게는 다이얼로그의 SCT2 / 비마술인에게는 김슬기 마술사의 추적자

 

 

4. 오일 앤 워터

연출) 검은색과 빨간색으로 섞어둔 카드들이 신호를 주면 색깔별로 분리되는 연출

 

내가 잘 선호하지 않는 연출(2). 노세팅으로는 풀덱 분리는 어려운거 같고, 패킷으로만 가능한데 내가 패킷트릭을 안좋아하는거 같기도... 사실상 손기술 하나로 커버해야하는 파트기도 하다.

 

내가 한다면? - 트레이스 2의 오일앤 워터

 

 

5. 컷팅 에이스 / 에이스 프로덕션 등

연출) 관객이 고른 위치 4번에서 에이스 4개가 나오는 연출

 

은근 현상 자체가 딱 명확한게 아닌지라 연출자마다 바리에이션이 넓은 마술. 뭐 아주 넓게 보면 에이스 온 탑도 여기에 속한다고 볼수도 있고, 누군가는 스탑트릭을 할수도, 누구는 타이밍 포스를 4번 갈길 수도 있는 연출. 

 

내가 한다면? - 조슈아 제이의 Overclocked / 패트릭 쿤의 DIY 에이스

 

 

6. ACAAN

연출) 관객이 말한(생각한, 고른) 카드가 관객이 말한 숫자번째에서 나오는 연출

 

언제나 뜨거운 감자인 아칸. 요즘은 인기가 좀 식은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오프라인 가보면 다들 여전히 성배처럼 여기는 것 같다. 아시윈드 레퍼토리 번역본 덕분이려나...

 

내가 한다면? - 관객이 한명이면 벤자민 얼의 리얼 아칸 / 3명 이상(4명이상일때가 최적)이면 다니 다올티즈의 리츄얼 아칸

 

 

7. Do as I do

연출) 마술사가 한 행동을 관객이 따라하고, 선택된 두 카드가 일치(혹은 색과 값이 일치하는 쌍둥이 카드)하는 연출

 

마술사가 먼저 한 행동을 관객이 따라했는데 일치하는 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이 자기도 모르게 조종당했나'하는 의심까지 사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플롯이고, 실제로 관객들에게 보여줄 때 반응도 제일 좋은 편이다. 원래 하던 루틴들이 꽤 있었는데, 근래 너무 상위호환 루틴을 알아버려서 다른 것들을 할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한다면? - 엄준혁 마술사의 코인시덴시아 미니마(다만 '그 동작'은 내가 조금 바꿔서 하는중)

 

 

8. 카드 투 애니 로케이션(포켓 / 덱 / 월렛 등)

연출) 관객이 고른 카드가 사라지고 다른 곳에서 나타나는 마술

 

꼭 나타나는 것이 다른 장소일 필요는 없고, 비들트릭처럼 패킷에서 사라져서 덱에서 나타나는 것도 넓게 보면 이러한 연출의 한 종류라 생각한다. 관객이 고른 카드가 덱에서 사라지는 연출은 참 재밌는 구조의 연출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마술사가 관객 카드를 맞추는 것을 넘어 그것을 사라지게까지 했기 때문.(놀랍게도 마술사는 사라지게만 할뿐 여전히 모를수도 있지만!) 기술적으로야 '그 기술'로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연출이 이렇게 다양한 건 그만큼 매력적인 연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내가 한다면? - 엄준혁 마술사의 볼드 컬 / 프란시스 칼라일 마술사의 호밍 카드

 

 

9. 셀프워킹

연출) 기술이 거의 필요하지 않은, '자동적인 마술'

 

셀프워킹이라는 넓은 범주로 마술을 묶어서 표현해도 되는가에는 사실 의문이 있지만, '기술에 대한 부담 없이 쉽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을 지칭하고 싶었다. 다만 다들 맨날 OOTW, C3만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데... 막상 나도 다른걸 하라고 하면 떠오를게 크게 없는게 함정 ㅠ

 

내가 한다면? - 관객이 한명이면 OOTW(섞은 버전) / 2-3명이면 조슈아 제이 토탈 리콜 / 4명이면 C3

 

 

10. 자유 주제

연출) 말 그대로 자신만의 자유로운 카드 마술

 

본인만의 자유 주제 카드 연출이다.  'Think of a Card' 루틴 등 멘탈적인 것도 좋고, 화려한 체인지를 바탕으로 한 마술을 보여줘도 좋다. 비들트릭이나 호밍 카드 같은 클래식 마술을 보여줘도 좋고, 노기믹 오픈 프레딕션이나 톤앤리스토어 같은 극악무도한 기술 기반 연출을 보여줘도 좋다. 연출자가 숨겨운 비장의 무기를 보는 세션

 

내가 한다면? - 카드 찢어도 되면 쓰리 카드 링킹 / 료 마술사님의 메모라이즈 어 덱 / 엄준혁 마술사의 업햄 리버스(정확히는 사우전드 트릭스를 할듯)

 

 

 

간단하게 정리해보려고 한 글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렸네. 그래도 앞으로 다양한 마술인들과 만나서 이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눌 생각을 하니 벌써 설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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