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시리즈 4번째 책은 '드로잉 듀플리케이션(Drawing Duplications)'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드로잉 듀플리케이션은 관객이 그리거나 상상한 것을 연출자가 그대로 따라서 그려내는 방식의 연출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류의 연출인데, 소위 '너무 쉽거나 뻔하다'라고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 관객이 생각할 수 있는 첫번째 해결법이 '마술사가 자신이 그린 것을 엿봤다'라고 생각하는 것인데, 실제로 이것이 해법인 경우도 많을 뿐더러 대부분의 드로잉 듀플리케이션류 연출에서는 이 관객의 생각을 방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 이점에 대해서는 국내의 마술 크리에이터 PH도 동일하게 지적한 바 있으며, 2016년경 그가 발표한 렉처에서는 일반적인 연출을 반대로 하여 마술사가 먼저 그리고 관객이 맞춰 그리는 방식의 연출을 소개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책은 내게 상당히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으며, 피터 터너식 연출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느껴졌다. 연출들을 보면서 추가 설명을 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자세한 설명이 해법 유추로 연결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두루뭉실하게 약술만 하겠다.)
1. The Almost Perfect Drawing Duplication
연출 :
마술사는 여러 사물들과 그것에 관련된 지시사항이 적힌 카드뭉치를 보여준다.
(ex> 사과 / 사과를 손으로 으깨서 즙이 나오게 한다고 생각해보고, 입으로 한입 베어먹어보세요. 결코 티가 나지 않게 해주세요. 등)
관객은 그중 하나를 골라서 해당 지시대로 한다.
연출자는 해당 물체를 맞춰 그려낼 수 있을뿐더러, 관객의 다른 정보들을 맞출 수도 있다.
위의 연출설명만 보면 특정 사물 카드를 포스하면 되는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놀랍게도 관객이 고른 카드는 '아무 물체나 생각하고, 그것에 가장 어울리는 행동을 생각해주세요'이다. 픽 없이, 임프레션 패드 없이, 프리쇼나 코드, 피싱 없이 진행되는, 정말 말도 안되는 구조와 연출을 보여주기 때문에 연출설명만 보고서 흥분을 주체를 못하던 연출.
해법적으로도 상당히 재밌었다. 특히 관객의 그림 외에 관객의 여러 정보를 맞추는 연출이 신박했는데, 아주 교묘한 컨빈서와 세팅 때문에 해법을 알아채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자세히 기술하기는 어렵지만, 이 연출이 사실 3편에 실려있어야 하던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던것도 포인트. 연출을 위해 준비해야할것들이 일부 있기에 아직 실전에서 해보진 못했지만, 너무너무 마음에 들던 연출.
2. Simon Says
연출 :
마술사가 뒤돌아있는 동안 관객 한명이 화이트보드에 자신이 생각하는 물체의 그림을 그린다.
관객은 그 물체 그림을 아무도 보지 못하게 신문지 등을 통해서 감싸 가린다
마술사는 관객의 마음을 읽어 해당 단어를 그려내고, 모두 확인하면 같은 그림이다.
아주 고전적인 방식의 드로잉 듀플리케이션이다.
약간의 준비 외에는 성공확률 100%의 간단한 방식이나, 프로 퍼포머가 아니라면 연출이 끝난 후 100% 해법이 들통날 것이기 때문에(이렇게만 적어도 무슨 원리인지 알 사람은 알듯) 나는 이 연출을 진지하게 시도해본적은 없다.
마지막에 추가 보너스 아이디어가 제공되는데 오히려 이게 핵심 포인트였다. 개인적으로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Mett Mellow의 line test와 함께 섞어서 사용하는데, 매번 하면서도 이게 된다는 사실이 신기한 연출
3. Abstract Association
연출 :
관객 1이 우선 그림을 하나 그리고, 관객 2는 그 그림에 어울리는 여러 요소들을 추가하여 그림을 완성한다.
연출자는 해당 그림의 상하좌우에 있는 요소들의 느낌을 맞춰낼 수 있고, 최종적으로 관객의 그림을 알아낼 수 있다.
위의 보너스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완성된 재밌는 연출
관객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 합해서 그린 그림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픽/프리쇼/임프레션 없이!) 자체가 상당히 재밌는 연출이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였을 때, 한국의 20~30대 관객에게 성공률은 조금 낮은 것 같다고 느껴진다.(해법적인 요소와 관계되어서 자세한 설명은 어렵다..)
4. 종합 및 총평
정리하면, '드로잉 듀플리케이션에 대한 좋은 루틴들 소개' 라고 할 수 있다.
세 루틴 모두 실용성 있으며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고(2번의 보너스 루틴을 고려하면!) 특히 1번 루틴은 피터 터너 본인이 공개할지를 고민했을 정도인 것이 이해가 갈정도로 너무 인상적이어서 마음에 들었다. 보통 드로잉 듀플리케이션 연출을 보여줄 땐 각종 임프레션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해법은 고정하고 이후의 연출만을 바리에이션 한 경우가 다수였던 내게 신선한 재미를 준 렉처.
c.f) 드로잉 듀플리케이션 관련해서 더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전에 리뷰한 '민스킴 - 블랙 유니콘' 이나 피터 터너의 프리폼 멘탈리즘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s://reviewmasterworld.tistory.com/44
https://reviewmasterworld.tistory.com/57
'마술 > 마술강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칸 프로젝트(ACAAN Project) 9 & 10 by Dani Daortiz (1) | 2024.06.09 |
---|---|
The Legacy Collection : 5. Mentalism with Numbers - Peter Turner (1) | 2024.06.06 |
The Legacy Collection : 3. Blurred Reality - Peter Turner (1) | 2024.06.03 |
The Legacy Collection : 2. Billet Peeks - Peter Turner (0) | 2024.05.29 |
The Legacy Collection : 1. Playing Cards in Mentalism - Peter Turner (1) | 2024.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