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엄준혁 마술사(Ian) 의 2022년 렉처 NCM1과 2023년 렉처 Racef Ammory 의 리뷰이다.
사실 원래는 Racef Ammory 만 리뷰하려고 했는데 리뷰 중 몇가지 포인트들을 언급하려다 보니 NCM 1도 함께 리뷰하게 되었다. NCM1은 렉처노트에서 구매 가능하며 24000원의 가격에 1시간 30분동안 영상강의를 통해 한가지의 루틴을 알려주고 있고, Racef Ammory는 엄준혁마술사의 인스타에서 구매 가능하며 39000원의 가격에 22페이지의 PDF를 제공하여 한가지 루틴을 알려주고 있다. 한가지 중요한 점은 Racef Ammory는 기간 한정 상품으로, 2024년 01월 05일까지만 판매될 예정이기에 이 루틴이 궁금하다면 빠른 시일내 구매를 추천한다. 각설하고, 빠르게 각각의 리뷰로 들어가겠다.
1. Named Card Miracle 1
https://youtu.be/7YiHIaXO59U?si=uzmTsutcS8m53O2M
연출 : 관객이 고른 카드 한장이 관객이 말한 카드(Named Card)로 바뀌는 현상(Miracle)
우선, 이 현상의 핵심기법은 (판매페이지에서도 이미 밝혀져있듯) ECP체인지이다. ECP(Erdnase Change Project) 체인지는 그 유명한 어드네스 체인지(Erdnase Change)를 독일의 마술사인 Semjon Sidanov 가 발전시킨 기술로, 기존의 어드네스 체인지가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들에 대해 당위성을 적절히 부여한 체인지 기술이다. 이 렉처에서는 엄준혁 마술사가 이 ECP체인지를 본인의 방식으로 해석한 방식을 3단계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난이도 자체는 입문자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기술일 수 있지만, 카드마술을 6개월 이상 꾸준히 연습한 사람(특히나 요즘 인기인 몇몇 기술들을 연습한 사람이라면)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렉처에서 집중해야할 것은 ECP체인지의 방법만이 아니다. 바로 '왜 Named Card Miracle'이라는 것이 생기게 되었는가에 대한 엄준혁 마술사의 접근이다. 이는 그 저명한 캐나다의 마술사이자, 20세기 최고의 마술사 중 하나인 '교수님' 다이 버논이 유명해지게 된 일화와도 어느정도 괘를 같이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기존 뉴욕 마술사들이 항상 '카드를 고르세요(Pick a Card)'만을 주구장창 외칠 때 '카드를 한장 생각하세요(Think a Card)'라는 방식을 제시하여 패러다임을 바꿨다(물론 본인이 직접 한 말.. 이긴 하지만 그래도 사실일 것이다)는 이야기처럼, 엄준혁 마술사는 기존의 카드 마술의 루틴인 '카드 한장이 관객이 고른 카드로 바뀐다'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여전히 많이 행해지는 흔한 플롯이지만, 엄준혁 마술사는 본인이 이 루틴에서 느낀 두가지 불만을 설명하고 이를 어떻게 하여 접근하여 해결했는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구체적인 불만점은 어찌보면 렉처의 핵심 내용이기에 언급하진 않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렉처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ECP 체인지 하는법 보다 이러한 생각의 접근과 발생이 아주 놀라웠다. 어찌보면 '누구나 할수 있는 생각 아니야?'라고 할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까지 어떤 이도 크게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의 이러 발상과 시도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영상속 엄준혁 마술사의 말과 렉처노트 홈페이지에 실려있듯, 그의 이러한 방식의 아이디어는 하나의 루틴에서 끝나지 않으며, NCM에 대해 가진 여러가지(10개가량)의 아이디어 중 이 렉처는 오직 첫번째 작품일뿐이라는 점도 놀라운 일이다. 그의 향후 행보가 더 기대되는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디테일에 관한 내용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앞서 잠깐 설명하고 넘어갔지만, ECP체인지는 이 루틴의 핵심 기술인만큼 반드시 해내야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 자체의 난이도와 별개로, 각 특정 포인트에서 어떤 점에서 어려운 점을 겪고 있을지에 대한 엄준혁 마술사의 예측 및 이의 해결, 그리고 어떤식으로 해야 기술의 완성도가 올라가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루틴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그의 설명은 디테일이 차고 넘친다. ECP 체인지의 추가 적용 예시, 그리고 마지막으로 NCM1에서 어떻게 이러한 연출이 성립될 수 있는가, 그리고 패터 하나하나의 설명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이다. 이전 여러 리뷰에서 언급했듯, 나는 그가 현재 렉처활동을 하는 클로즈업 마술사 중 설명을 제일 잘하는 마술사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나의 기대를 그대로 증명해내는 렉처가 바로 이 렉처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칭찬일색과는 무색하게도, 사실 난 이 루틴을 잘 하지 않는다. 분명 기술적으로도 크게 어렵지 않으며(엄준혁 마술사처럼 하는 것은 물론 나에겐 불가능하지만), 적절한 당위성과 패터 대문에 연출을 하는데 있어서 내가 크게 마음 스스로 거리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체인지가 핵심인 마술 자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굉장히 비쥬얼하면서 효과도 보장되어 있지만 무언가 '이미 나와있던 카드가 앞면으로 바뀐다'는 것은 너무나도 '기술적'이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사실 모든 카드마술이 다 기술이라 하면 할말이 없긴 하겠지만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즉, 내가 실제로 연출을 하지 않는 렉처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내용에 대한 설명과 아이디어때문에라도 고평가하게 되는 렉처라는 것이 아니러니한 점.
+) NCM1은 안하지만 ECP체인지는 가끔씩 쓰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ECP체인지를 하기 위해서 연습한 특정 기술이 엉뚱하지만 다른 기술에서 워낙 잘 쓰여서 만족중이기도 하다.
총평 : '말한 카드'로 '이미 공개된 카드'가 바뀌는 마법같은 연출을 원하는 이, 그리고 새로운 마술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보면 얻어갈 것이 굉장히 많은 렉처
총점 : ★★★★☆
2. Racef Ammory
연출 : (공식 판매처에 기재된대로) 관객이 섞인 덱으로부터 4장의 카드를 선택합니다. 이 카드의 숫자들은 언뜻 무작위인듯 보이지만 잠시 후 현재 시간을 정확히 나타내고 있음이 밝혀집니다. 이 순간부터 4장의 카드는 시간에 반응하여 시시각각 변합니다. 마지막에는 관객에게 카드들을 다시 확인해볼 시간을 마음껏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2분 뒤든, 5분뒤든, 13분 뒤든, 온전히 관객이 원하는 순간에 카드를 확인했을 때마저 4장의 카드는 정확히 현재 시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무작위로 고른 4장의 카드가 현재 시각을 가리키며, 시간이 흘러 시각이 변함에 따라서 4장의 카드들도 마법처럼 변하는 루틴을 보여주고 있다. 노말덱으로 진행되는 마술이며, 카드 중급자라면 할 수 있는 기술들로 구성되어 있고, 테이블 유무와 무관하고, 관객수와도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는 마술이다. 연출자체만 보면, 그리고 실제 연출을 해보면 효과는 아주 좋은 마술이다. '관객이 고른 카드가 현재 시각이다'라는 효과 / 시각이 변해감에 따라 '이미 나타난 카드들이 변해있다'라는 효과 (그리고 공개할순 없지만 추가적인 효과가 더)는 말 그대로 관객에게 신선하면서도 기적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기술적인 핸들링 역시도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으며(완성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분명 카드 중급자라면 할 수 있는 기술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연출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가능한 몇가지 포인트들에 대해서도 잘 짚고 있다.(어떻게 시간에 맞춰 마술을 보여줄 것인가 / 어떻게 임의의 시간인데도 마술이 진행되게 할 것인가 등)
앞서 리뷰한 NCM1과도 이 루틴은 일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카드가 변할 때 만족하는 특정 조건들, 그리고 이 루틴이 기존 마술들과 비교시 가지고 있는 몇몇 특수한 포인트들과 장점에 대한 명확히 그는 알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그의 저술은 마술에 대한 생각과 방식을 넓히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렉처는 큰 단점이 있는데, 바로 디테일의 부재이다. 이 렉처가 구멍이 숭숭 뚫린 렉처라거나 그런 점은 전혀 아니지만, 분명 이 렉처를 기존의 엄준혁 마술사들의 렉처와 비교시 여러가지 디테일면에서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 렉처가 'PDF'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PDF의 한계상 분명 담을 수 있는 핸들링이나 정보의 제약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발매자의 사정일뿐, 구매자의 입장에서 excuse 될 수 있는 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특히나 그것이 이전에 발매된 여러 영상 렉처들보다도 고가에 판매가 된다면)
또한, 이 렉처의 서두에서 밝히듯, 이 렉처에서 엄준혁 마술사는 구매자가 본인의 화법이나 스타일에 맞춰 마술을 커스텀할 수 있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역시 아쉬움이 크다. 물론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발전을 위해서 더 도움이 되고, 추후 본인만의 마술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남의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카드마술 렉처'를 구매한 사람이 원하는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카드 마술렉처를 보다가 소위 '본인이 원하는 방식으로 카드를 탑컨트롤 후' 등의 문구를 보고 짜증난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블 언더컷 / 패스 / 마하트마셔플 / 사이드 스틸 등 탑컨트롤 방식이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분명 특정 루틴에서는 더 우위를 가지는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이를 제시해주는 것이 참된 렉처발매자의 지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엄준혁 마술사의 새로운 방식은, 소위 막스 메이븐의 프리즘 시리즈처럼 멘탈리즘 렉처에 좀더 걸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카드마술 렉처에서는 구매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마술의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시간'의 확인과 관리, 그리고 세팅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크게 비판할 점이 없다. 다만, 실제로 연출을 하다보면 잘 섞인 덱으로 시간관리를 잘 하여 진행했음에도, 특정 조건 하에서 발생가능한 문제점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아쉽다. 사실, 이 렉처가 발매되기 한참 전부터 필자는 이 연출과 일부 비슷한 연출을 해왔는데(물론 연출의 극히 일부분만 겹치지만) 경험상 20번 이상 연출하다보면 확률상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 아예 다른 마술로 선회한적이 꽤나 있었고, 나보다 10배 이상 경험이 많아 이를 모를리 없는 엄준혁 마술사가 이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약간은 아쉬운 포인트였다. 추가로, 마술의 마지막 페이즈를 진행함에 있어서 특정 행위에 대한 당위성부분이 조금 떨어지는 것도 아쉬운 점.
마지막으로, 이 렉처에 관하여 스투지 관련 논란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단언컨대 이는 적절한 지적이 아니다. 이 렉처의 마지막 부분에 '덧붙이는 아이디어'라고 하며 실제로 시연된적도 없는 파격적인 아이디어의 일부로 제시되는 내용에 잠깐 언급되긴 하나, 실제 이 렉처에서 사용되는 기법과는 전혀 무관하기에 스투지 관련으로 이 렉처 구매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 렉처에서는 스투지가 사용되지 않는다.
엄준혁 마술사는 이미 내게 좋은 스승중 한명이다.(내가 얼마나 마술을 잘하느냐와 별개로..) 그의 기존 작품들은 여러면에서 내게 충격이었고, 현란한 기술과 신선한 기법뿐만 아니라 마술-관객 사이 주도권에 관한 생각 및 '좋은 마술'이 이뤄지기 위한 모든 요건에 대한 그의 심도 깊은 고찰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번 Racef Ammory는 분명 여러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렉처였다. 객관적으로 나쁜 렉처는 결코 아니지만, 그의 기존 행보가 너무나도 뛰어났기에 어쩔수 없이 평가절하당하게 될수밖에 없는 비운의 렉처.
총평 : '카드가 바뀌는 마술'이 아닌 '시간에 관한 카드 마술'을 보여주고 싶은 자라면 구매를 추천하는 렉처. 다만 평소 그의 렉처를 즐겨보던 이라면 실망이 클지도 모른다.
총점 : ★★☆☆☆
+) '시간에 관한 카드마술'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전에 리뷰한 아르카나 조슈아 제이 렉처노트인 Triptych의 Overlocked도 추천한다. 다만 이 마술은 시간에 관한 내용이 주는 아니고, 하나의 킥 정도로만 작용한다.(그와 별개로 관객의 손에서 대부분의 핸들링이 진행되기에 효과가 좋아서 나는 굉장히 자주 하는 연출이다)
https://reviewmasterworld.tistory.com/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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