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서론
이번에 리뷰할 서적은 마킹덱의 권위자이자 FISM 위너인 프랑스 마술사 보리스 와일드가 발표한 책인 'Transparency'를 루카스퍼블리케이션에서 번역한 '트랜시페어런시'이다. 저자가 저자인만큼, 누군가 마킹덱의 활용법에 관해서 묻는다면 이 책을 추천하는 경우도 많고(사실상 한국어서적중에서는 '투시' 책과 이 책 말고는 마킹덱 관련 서적이 전무하기도 하고) 다들 추천은 하는데 리뷰가 없어서 궁금하던 차 구매하여 소개겸 하여 리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우선, 들어가기에 앞서 마킹덱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마킹덱의 강력함은 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이 고른 카드를 바로 알수 있기에 연출만 준비하면 특별한 해법 없이도 강력한 효과으 마술을 보여줄수도 있고, 가끔 기술이 실패하거나 삑났을 때 아예 다른 종류의 마술로 선회하기 위한 보험역할로도 매우 충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마킹덱을 쓰다보면 겪는 몇가지 문제점? 과정들이 있는데...
1. 대놓고 잘 보이는 마킹(대표적으로 펭귄 마킹덱이라던가) 을 쓰다보면 관객에게 들킬 수 있다는 두려움
실제로 관객들이 마킹의 존재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끝났다고 나는 생각하지만(실제로 마킹덱을 사용하고 있다면! 노말덱으로 했는데 관객이 이러한 점을 의심한다면 그건 마술사에게 찬사일수도 있지) 마킹덱을 사용한다면 누구나 가질수 있는 두려움이고 이러한 점때문에 자연스럽게 잘 눈에 띄지 않는 마킹덱을 사용하게 되고 이러면...
2. 잘 안보이는 마킹덱(녹덱이라던가?)을 쓰면 한눈에 안보여서 한참 들여다보니 관객에게 역으로 들키게 된다는 아이러니함.
사실 마킹덱의 존재를 들키게 되는건 오히려 1번보다 2번이 훨씬 더 흔할 것이다. (관객들은 애초에 마킹덱의 존재 자체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니.)
이러한 과정들에서 점점 마킹덱이 아닌 노말덱만을 쓰게되고, 마킹덱을 쓰면 '실력이 없다'거나 '다른 기술을 연습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라는 생각을 은근히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프로마술사도 많이 쓰는 것이 마킹덱인만큼 아마추어 마술사들이 제대로 활용만 할수 있다면 그 어떤 기술들보다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이 이 마킹덱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당신이 고른 카드는... 6 스페이드입니다!' 라는 방식이 아닌 여러방식의 마킹덱 활용법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제 아래의 본격적인 리뷰를 보며 생각을 나눠보자.
우선, 이 책은 크게 5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 보리스 와일드 마크드덱의 개념
2장 - 섞인 덱으로 만드는 기적
3장 - 스택된 덱으로 만드는 기적
4장 - 보리스 와일드 메모라이즈 덱으로 만드는 기적
5장 - 즉흥으로 만드는 기적
개념 도입부인 1장을 제외하면 2-5장에는 여러 마술들의 소개가 되어 있는데, 이 모든것들을 다 리뷰하기는 어렵고(내용도 스포가 되기 쉬우니) 각 장의 전반적인 내용과 인상깊던 몇몇 연출들에 대해서만 소개를 하고자 한다.
1. 보리스 와일드 마크드덱의 개념
마킹덱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더불어 보리스 와일드가 자체 개발한 '보리스 와일드 마크드덱'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보리스 와일드 마크드덱의 원리와 이 마킹덱이 다른 마킹덱에 비해서 가지는 장점 및 이 장점에 의해서 생기는 이 마킹덱만의 고유한 효과 역시 설명하고 있다. 본인이 만든 것을 본인이 홍보하기에 신빙성은 떨어진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실제로 나는 이 덱만큼
- 카드의 아주 일부만 노출 되어도 마킹을 읽을 수 있고
- 따라서 덱을 테이블이나 손 안에서 스프레드만 한 상태에서 원하는 카드를 바로 찾을 수 있고
- 속도도 매우매우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의 장점을 가진 마킹덱은 아직 본적이 없다. 여기까지만 보면 마킹여부를 들킬 가능성이 꽤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거의 티가 나지 않는 것도 묘한 장점이다(물론 작정하고 보면 보인다. 보리스는 카지노에서 검사당하고도 괜찮았다고 주장하지만 그건 카지노 관리인이 눈이 안좋았던게 아닐지..) 현재는 라이더백은 단종이며 메이든백과 피닉스덱으로 제작중인데, 라이더백을 원하는 사람을 위해서 첨부된 마킹시트를 이용하면 직접 제작도 가능하다. 다만 직접 제작시 어느정도의 인내심은 있어야 할것이다. 본인은 한덱 만드는데 (설렁설렁하긴 했지만) 한시간 반의 시간이 걸렸다...
이후의 책의 마술중에서 몇몇 마술은 이 덱으로만 가능(이라기보단 이덱에 특화)되어 있기에 이 책을 다 보고 나면 직접 제작이나 주문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2. 섞인 덱으로 만드는 기적
마킹덱의 가장 흔한 사용법인 '관객이 섞고 마술사가 마술을 진행'하는 방법들의 베리에이션이다. 다만, 단순히 '관객이 카드를 가져가는 순간 슬쩍 마킹을 봐서 알아낸후, 나머지는 그냥 짜고치는 고스톱 마냥 연출로만 커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챕터는 결코 아니다. 몇몇 인상 깊은 연출들을 소개하면..
1) 픽 샌드위치
연출 : 마술사는 미리 조커 2장을 따로 덱에서 빼둔다. 관객이 자유롭게 섞은 덱에서 카드 한장을 고르고, 싸인한 뒤에 덱 가운데에 넣고 섞는다. 관객은 조커 2장을 각각 덱의 원하는 위치에 끼워 넣는다. 신호를 주면 두 조커 사이에는 한장의 카드만 남고, 이 카드는 관객이 고른 카드이다.
2) 아웃오브 디스덱
연출 : 관객이 새 덱의 포장을 뜯고 카드를 자유롭게 섞는다. 마술사가 강력한 느낌을 준다고 하고, 특정 책을 빌려준다. 관객은 그 책의 특정 페이지를 보면서 카드를 느낌가는대로 두 패킷으로 나눈다. 관객은 정확히 검정 카드와 빨간 카드로 분류하였다.
3) 불가능한 예측
연출 : 관객은 자유롭게 덱을 섞고, 마술사가 보지 않는동안 관객은 카드 한장을 고른다. 카드를 덱에 넣고, 관객이 섞는다. 마술사가 한장의 카드를 고르지만, 그 카드는 관객의 카드가 아니고 여러번 시도하지만 모두 틀린다. 덱을 앞면으로 스프레드해보고 찾아보지만 덱에서 관객의 카드는 사라졌고, 마술사가 처음에 보여주었던 카드는 어느새 관객의 카드로 바뀌어 있다.
4) Invisible... But marked!
연출 : 관객이 자유롭게 덱을 섞는다. 마술사는 덱을 돌려받고, 관객은 자유롭게 카드를 하나 말한다(여러번 바꿔도 된다) 덱을 확인해보면, 관객이 말한 카드만 뒤집혀져 있다.
정도가 있겠다. 연출만 봐도 알겠지만, 단순 마킹덱으로 이미 알아낸 카드를 이용해서 카드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른 카드마술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이되, 기존에 특정 카드 컨트롤들이 들어가서 이상하게 보일수 있던 것들을 모두 관객이 직접 섞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마킹덱으로 관객의 카드를 읽지 않더라도 다른 것을 읽음을 통해 관객의 카드를 알아내게 되는 방법은 (아주 고전적이지만서도) 신선했다.
3. 스택된 덱으로 만드는 기적
스택 마킹덱의 설명 전에 그래비티 셔플이라는 폴스셔플을 하나 소개한다. 특이할것은 크게 없는 셔플이지만, '크게 무언가 하지 않고 섞는 중이다..'라는 느낌을 주기에는 적절한 셔플 법이었다.(흔한 폴스셔플들처럼 막 휘리릭 빠르게 진행해서 관객의 혼을 빼거나 그러지 않는 것도 인상적)
이 파트에서는 부분 스택(덱 전부가 스택은 아니고 일부가 스택된 덱. 따라서 특정방법으로 섞으면 덱이 섞이면서도 스택이 유지됨)및 그에 대한 연출로 되어 있고, 사실상 스택덱 + 마킹덱 의 장점을 합쳐서 연출하는 부분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인상 깊은 연출을 고르면..
1) 미싱 링크
연출 : 마술사가 덱을 섞은 후(폴스셔플이 아니다!) 패킷을 둘로 나눠 하나는 관객에게, 하나는 테이블 위에 놔둔다. 마술사는 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지고, 관객은 본인이 가진 패킷에서 한장을 카드를 빼서 주머니 안에 두고, 나머지는 원래의 덱과 합친다. 마술사는 색이 다른 새로운 덱을 꺼낸 후 완전히 섞는다. 펜듈럼을 이용하여 천천히 카드를 하나씩 제거해나가고, 단 한장의 카드만이 남는데, 이 카드와 관객이 주머니 안에 넣어둔 카드는 일치한다.
2) 이중인격
연출 : 뒷면이 빨간 색인 덱을 보여준후, 섞고 컷도 한다. 마술사가 뒤돈 동안, 관객은 페이스 다운의 덱 중 한장의 카드를 골라서 보고 뒤집어서 앞면으로 중간에 넣는다. 마술사는 두번째 덱을 꺼내고 펼쳐보면 페이스 다운 덱에서 단 한장의 카드만이 페이스 업이고, 이 카드는 관객의 카드와 일치한다.
4. 보리스 와일드 메모라이즈드 덱으로 만드는 기적
이 파트는 보리스 와일드가 자체 개발한 스택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완전히 랜덤한 스택은 아니고, 사이스테빈스나 8kings처럼 규칙이 있는 스택인데, 스택 자체를 외우기도 쉽고 Card to number나 number to card하기에도 쉬워서 스택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맨날 까먹어서 새로 스택을 외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외워볼만 한 스택이라 생각한다.
3번 파트에 이어서 스택덱에 대한 개념이 있다면 쉽게 연출할수 있는 연출들로 구성되어 있다.
(추가로, 스택덱으로 만드는 기적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전에 리뷰한 '포어캐스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https://reviewmasterworld.tistory.com/60
이 파트에서도 인상깊던 연출을 뽑으면..
1) 기적! ( 아칸 연출)
연출 : 덱 2개중 관객이 원하는 덱을 1번 관객이 가지고 있고, 나머지 덱은 2번 관객이 썼는다. 자유롭게 섞은 후 관객 2가 한장의 카드를 고르고, 관객 3이 1-52 중 숫자 하나를 말한다. 관객1이 가지고 있던 덱을 확인하면, 관객 2가 말한 카드가 관객 3이 말한 숫자에서 나온다.
(참고로, 위의 연출보다는 이전에 리뷰한 클래식 곤 와일드의 'Any Card At Any Birthday '가 조금더 많은 이들이 좋아할 아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연출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2) 퓨어 텔레파시
연출 : 마술사가 뒤로 돈 동안, 관객1이 원하는 곳에서 컷하고 카드를 한장 확인 후 손안의 카드를 섞는다. 관객 2는 테이블에 놓은 카드를 가져가서 카드 케이스 안에 넣는다. 마술사는 관객1의 손안의 카드를 돌려받고, 천천히 하나씩 본 후, 한장씩 바닥에 떨어트린다. 마지막에는 단 한장의 카드만이 남고, 이 카드는 관객1이 확인했던 카드이다.
5. 즉흥으로 만드는 기적
말 그대로 즉흥으로 만드는 기적부분이다. 2번 파트처럼 덱을 섞고 시작하는 파트이며 전체적으로 다이버논의 'The trick that cannot be explained' 처럼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재즈같은 마술 파트이다. 기본적으로 이 파트의 연출은 아래 한가지이다.
1) 설명불가(Inexplicable)
연출 : (클래식 곤 와일드에 나오는 연출과 동일하다)
마술사는 미리 예언을 한다. 관객이 원하는 만큼 덱을 섞고, 관객이 원하는 방식대로 카드를 제거해나간다. 마지막에는 단 한장의 카드만이 남고, 이 카드는 마술사가 예언을 한 카드이다.
마킹덱을 사용하더라도 대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많을텐데, 그건 말 그대로 즉흥적인 연출이기 때문이다. 즉 매번 구체적인 방법과 마술의 진행이 다르고, 어떤식으로 단 한장의 카드로 결론지어질 것인지의 해법 역시도 매순간순간 다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센스와 순간대처능력이 있어야 할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마킹덱이기에 사실상 앞면을 보고 하는것과 같고(특히나 보리스 와일드 마크드 덱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진행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팁이(스펠링 트릭을 쓰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마술이 이루어지는 날짜를 이용하기도 하며, 어떤 때에는 관객의 정보나 관객이 우연히 고른 곳의 카드 정보를 이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설명되어 있기에 이 여러 상황에 맞춰 길게 설명되어 있다.
이 파트를 숙달할수만 있다면(물론 매우 많은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할것이다. 마킹덱이 그것을 매우 단축시켜주긴 하겠지만) 보리스 와일드가 말하듯 그의 마킹덱을 이용한 궁극의 기적은 결국 이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6. 종합 및 총평
이렇게 이번 리뷰도 정리가 되었다. 처음에도 언급하였듯, 단순 마킹덱으로 관객의 카드를 알아내고 연출만 잘 꾸며내세요!가 아니라 다양한 손기술(더블 턴오버, 패스, 컬 등등)이 필요한 마술들에서 중간의 양념으로서의 마킹덱에 대한 역할을 아주 잘 설명해낸 책이었다. 더불어 보리스 와일드만의 스택과 스택을 이용한 마술에 대한 소개에서도 건져갈것이 많기 때문에, 기존에 마킹덱을 애용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책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단점을 뽑자면 6만원이라는 약간은 비싼 가격과 보리스와일드 마킹덱 중 라이더백의 단종으로 인해 직접 제작해야하는 수고로움 정도..?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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