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2026년 07월 04일 Deck 52에서 진행한 임홍진 마술사의 <슬리빙 워크샵> 후기이다.
'임마술'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그는 20년 경력의 마술사다. 마술사들과 인터넷 방송인들 사이에서는 '신.가.골.매(신사동 가로수길 골드레이블 매직바)'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대중에게는 2024년 SBS <더 매직스타>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현재는 압구정에서 Deck 52를 운영하며 바 오너이자 매지션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매직바라는 문화가 일본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거의 자취를 감춘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는 그 명맥을 이어가는 몇 안 되는 마술사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이면서도 클래식한 클로즈업 마술을 장기로 삼는 그의 손기술은 언제 봐도 놀랍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단연 슬리빙이었다. 슬리빙은 관객이 마술사를 볼 때 가장 먼저 의심하는 위치인 '소매'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큰 위험부담이 따르고, 난이도 역시 높은 편이라 아마추어 마술사들에게는 다소 기피되는 기술이다. 하지만 랩핑, 탑핏과 함께 마술을 한층 더 마법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인 만큼,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기술이기도 하다. 나 역시 여러 렉처를 통해 배워보려 했지만 좀처럼 감이 오지 않아 중간에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기술을 이번 기회에 그가 직접 워크샵으로 다룬다고 하여, 신청 후 수강하게 되었다.

워크샵이 진행된 곳은 압구정 도산대로에 위치한 Deck 52. 2024년 신가골매가 문을 닫은 후 2025년 오픈한 매직바로,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Deck 52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준다. 내부는 바 좌석과 테이블 좌석으로 나뉜 전형적인 바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곳곳에는 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할 만한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마니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아니며, 비마술인이 방문하더라도 전혀 이질감 없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세련되고 균형감 있는 인테리어를 보여준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못했지만 주류와 음식 메뉴도 생각보다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었고, 가격 역시 위치를 고려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워크샵은 오후 3시에 시작 예정이었지만, 나는 일정상 시간이 조금 남아 오후 2시 20분쯤 미리 도착했다. 이미 먼저 와 있던 사람들이 여럿 있었고, 시작 전까지는 공간을 둘러보며 사진을 찍거나 참가자들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는 등 자연스럽게 아이스브레이킹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약 30명의 참가자가 모인 가운데 본격적인 워크샵이 시작되었다.
슬리빙 워크샵 후기

오늘 워크샵은 약 90분 동안 진행되었다. 참가자들 가운데에는 이미 슬리빙을 실전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처럼 입문자 수준이거나 기존에 슬리빙을 익히긴 했지만 완성도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만큼, 강의는 가장 기초적인 내용부터 차근차근 시작되었다.
임홍진 마술사는 지난 15년간 슬리빙을 연구하고 실전에서 활용하며 얻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해주었다. 슬리빙이라는 기술의 특성과 워크숍의 성격상 모든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슬리빙의 기본 원리와 펜을 이용한 기초 핸들링을 시작으로, 슬리빙 과정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잔상을 없애는 방법, 자연스럽게 오프비트를 만드는 방법, 실수로 물체를 떨어뜨렸을 때의 대처법, 리로드 방법, 그리고 동전·반지·공 등 다양한 물체를 슬리빙하는 응용까지 매우 폭넓은 내용을 다루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하나의 기술을 단순히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와 어떤 상황에서 활용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었다는 것이다. 중간중간 핵심 내용을 반복해서 짚어주었고, 참가자들이 영상을 촬영하며 복습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덕분에 나 같은 입문자는 물론, 이미 슬리빙을 구사할 수 있지만 어딘가 부족함을 느끼던 사람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은 워크숍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강의에서 소개된 여러 팁들은 슬리빙에만 국한되지 않고 마술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실제 해법이 이루어지는 순간과 관객이 현상을 인식하는 순간을 분리하는 설계법, 자연스럽게 오프비트를 만들어내는 방법, 그리고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한 마술을 연습할 때 피해야 할 습관 등은 슬리빙을 넘어 마술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전적인 조언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워크샵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종합하면 이번 워크샵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아직은 슬리빙 입문자이기에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곧바로 체화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필기한 내용과 촬영한 영상을 바탕으로 꾸준히 복습한다면 더 이상 슬리빙이라는 기술을 막연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임홍진 마술사는 이번 워크샵이 약 10년 만에 진행하는 강의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이와 같은 워크샵이나 렉처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던 만큼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조금 더 자주 마련해준다면 많은 마술사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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