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이스라엘-미국의 마술사 아시 윈드(Asi Wind)의 서적 <레퍼토리(Repertoire)> 의 한국어 번역본 리뷰이다.
아시 윈드는 뛰어난 마술사이자, 데이비드 블레인을 비롯한 정상급 마술사들의 컨설턴트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다만 국내에서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그의 ACAAN 루틴일 것이다.
ACAAN, 즉 Any Card At Any Number는 관객이 자유롭게 말한 카드가, 또 다른 관객이 말한 숫자의 위치에서 등장하는 마술이다. 카드 마술사들에게는 일종의 ‘성배’로 여겨지는 이 효과는 다양한 해법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카드 선택이나 숫자 선택에 일정한 제약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많은 마술사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러한 제약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에 리뷰한 아칸 관련 글들을 참고 바란다. 현재는 일부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으니, 작성 당시 시점을 고려해 감안해주면 좋겠다.)
수많은 ACAAN 루틴 가운데서도 '카드와 숫자에 제약이 없고, 덱 스위치나 스투지 없이 노멀 덱으로 진행 가능한, 현실적이면서도 실패 부담이 적은 방식'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아시 윈드의 버전이다. 이 루틴은 수많은 마술사들이 구현을 위해 도전하게 만든, 일종의 기준점 같은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 <레퍼토리>에는 이러한 ACAAN을 포함해, 아시 윈드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풍부한 공연 경험에서 비롯된 21가지 마술이 수록되어 있다. 이하 리뷰는 박민범 마술사의 번역과 PH의 감수를 거친 한국어 번역본을 기준으로 진행한다. 가격은 20만 원으로, 150페이지 분량의 하드커버 서적과 더불어 PH가 모든 마술에 대한 코멘터리를 덧붙인 약 1시간 분량의 영상이 함께 제공된다.
<레퍼토리> 리뷰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본 서적은 분량이 상당한 만큼 모든 마술을 다루기보다는 아마추어 마술사인 필자의 입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부 마술은 흥미로운 방법과 아이디어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테이지 공연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필자 입장에서는 구현이 번거롭거나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본 리뷰에서는 지인 대상의 가벼운 퍼포먼스나 소규모 클로즈업 환경에서 활용 가능한 마술들을 위주로 다루고자 한다.
또한 리뷰의 순서는 편의상 원서의 구성과 일부 다르게 조정하여, 유사한 테마끼리 묶어 정리하였다. 연출에 대한 설명 역시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해법이 드러나지 않는 선에서, 비마술인 관객의 시각을 기준으로 서술했음을 미리 밝혀둔다.
A.W.A.C.A.A.N
연출) 마술사는 덱을 섞고 시작한다. 잘 섞인 덱을 관객 1에게 보여준 후 전체적인 그림을 기억하게 한 뒤 눈을 감게 한다. 관객 2는 자유롭게 카드 한장을 말하고, 관객 1은 그 카드가 덱에서 몇 번째 위치에 있었는지를 말한다. 눈을 뜨고 확인해보면 관객 2가 말한 카드가 관객 1이 말한 숫자번째에 위치한다.
가장 유명한 연출인 만큼, 가장 먼저 다루고자 한다. 이미 해법이 어느 정도 알려진 루틴이기에, 원리 자체에 대해서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한 번쯤 떠올릴 법한 시스템을 매우 간단한 처리로 실제 퍼포먼스에 구현해냈다는 점은 충분히 높게 평가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해법보다도, 이 연출이 만들어내는 ‘그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마치 사람에게 잠재된 순간 기억 능력을 끌어내는 듯한 흐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그 자체로 하나의 완성된 서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만 PH의 코멘터리에서도 언급되듯, ACAAN을 추천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루틴임에도 실제로 퍼포밍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단순히 난이도의 문제도 있겠지만, 책에 제시된 형태를 그대로 따를 경우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마술인 관객이라면 해법을 비교적 쉽게 유추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유가 될 것이다. 따라서 이 루틴을 실제 본인만의 레퍼토리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단순한 재현에 그치기보다는 자신만의 스택 구성과 이에 대한 충분한 암기를 바탕으로 한 변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Out Of blue
연출) 관객은 카드 한 장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마술사가 덱 케이스에서 덱을 꺼내 스프레드하면 단 한장의 카드만 뒤집혀 있고, 이 카드는 관객이 말한 카드이다. 나아가 이 카드의 뒷면만 다른 나머지 카드들의 색이 다르다.
‘거의 노멀 덱’으로 구현하는 브레인웨이브(Brainwave) 연출이다.
인비저블 덱과 브레인웨이브 덱은 트릭 덱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완성도를 지닌 도구로, 오랜 시간 수많은 마술사들이 이 효과를 노기믹으로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이 연출은 기본적으로 앞서 언급한 A.W.A.C.A.A.N과 유사한 방식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해법 구조상 여러 단계를 생략할 수 있어 체감 난이도는 훨씬 낮게 느껴진다. 물론 약간의 사전 준비가 추가로 필요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흐름과 효율성 측면에서 A.W.A.C.A.A.N보다 오히려 이쪽이 더 취향에 가까운 연출이었다.
Double Exposure
연출) 관객은 섞은 덱에서 카드를 자유롭게 고른다. 덱을 앞뒤로 섞고 관객을 카드를 넣고 다시 섞는다. 섞인 상태의 모습이 잘 보이는 상태로 관객의 핸드폰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고, 마법사가 덱에 신호를 주면 어느새 모든 카드가 뒷면으로 정렬되고 관객의 카드만 혼자 앞면인 상태로 남는다. 관객의 핸드폰을 확인하면, 사진 속에서도 관객의 카드만 앞면인채로 나머지 카드들이 전부 정렬되어 있다.
관객의 핸드폰을 활용한 트라이엄프(Triumph) 루틴이다. 트라이엄프 자체가 워낙 완성도 높은 플롯이기에 대부분의 루틴이 훌륭하지만, 이 연출은 ‘마술의 결과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인상적이다. 단순히 순간의 놀라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핸드폰 속에 그 기억이 그대로 보존된다는 점에서 체험의 여운이 훨씬 길게 이어진다. 개인적으로도 비마술인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 모든 카드 마술 중 가장 먼저 꺼내는 레퍼토리 중 하나다.
책에 실린 추가 코멘트 역시 흥미로웠다. 원래 이 루틴은 영상 속 카드뿐만 아니라 실제 카드 역시 정렬되는 형태로 연출되지만, 오히려 현실의 카드는 그대로 두고 ‘카메라 속에서만 정렬되는 방식’이 더 강한 인상을 준다는 이야기였다. 이를 읽는 순간,기존에 당연하게 여겨왔던 마무리 정렬의 필요성이 사라져 띵~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마지막 정렬을 위해 감수해야 했던 번거로운 과정이 사실상 불필요했음을 깨닫게 된 점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PH의 영상 코멘터리에서 소개된 변형 핸들링 역시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기존 방식이 프레셔 팬을 요구했다면, 해당 핸들링을 활용할 경우 일반적인 썸 팬으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해져 전체적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프레셔 팬 때문에 이 루틴을 망설였던 사람이라면, 이 방법을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하다.
True Colors
연출) 관객이 직접 덱을 섞는다. 섞은 덱에서 일부 카드를 떼고, 뗀 뭉치의 카드를 마술사와 관객이 나눠가진다. 마술사는 관객의 카드가 어떤 색인지 맞출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이른바 ‘위대한 원리’를 활용한 연출이다. 해법을 알고 보더라도 처음에는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구조 자체가 상당히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동일한 원리를 활용한 다른 연출들과 비교했을 때, 이 루틴이 갖는 차별적인 메리트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느껴졌다. 특히 ‘카드의 색깔’을 맞추는 과정에서, 마술사가 그 정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유형의 연출에서 마술사의 능력을 ‘투시’로 설정하는 것보다는, 초인적인 기억력을 강조하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투시를 전면에 내세울 경우, 관객 입장에서는 마킹 카드와 같은 기법을 의심하기 쉽기 때문이다. 물론 막상 이러한 방향으로 연출을 구성해보면, 생각보다 세부적인 디테일 수정과 훨씬 높은 완성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다만 빌린 덱을 활용한 세팅 팁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관객의 눈앞에서 비교적 자연스럽게 준비를 마치고, 전체 덱이 아닌 일부 패킷만으로도 연출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전 활용도 역시 높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이 루틴을 사용하게 된다면 해당 방식으로 변형해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Somebody Stop Me
연출) 마술사가 뒤돌아 있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관객은 덱의 일부를 떼고, 섞은 후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생각한다. 테이블에 남은 덱의 일부를 뗀 후 그 안에 자신이 들었던 카드 뭉치를 넣는다. 마술사는 다시 앞을 보고, 관객은 카드를 내려놓는다. 마술사가 관객에게 멈추라고 하는 순간, 그 위치를 확인해보면 관객의 카드가 있다.
이 연출 역시 흥미로운 원리를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True Colors’에 비해 훨씬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며, 해법 또한 거의 셀프워킹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원리를 미리 알고 있지 않은 이상 관객 입장에서는 쉽게 간파하기 어려운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기본적으로는 간단한 세팅을 전제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노세팅 임프롬투 형태로도 충분히 연출이 가능하다. 또한 이 원리는 본 루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카드 기반 멘탈리즘 연출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는 만큼 확장성 측면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 연출을 통해 해당 원리에 흥미를 느낀 사람이라면, 이전에 리뷰한 료 마술사님의 렉처들을 함께 참고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A Coin Trick
연출) 관객이 덱을 섞고 시작한다. 관객 1과 관객 2는 원하는만큼 카드를 떼서 자신들의 카드를 정한다. 두 관객의 카드의 위치가 정확하게 예언되어 있다.
정말 강한 인상을 받은, 말 그대로 충격적인 연출이었다. 카드 마술사라면 누구나 익숙한 아주 기본적인 기술과 원리를 사용하는데, 이 두 요소가 결합되었을 때 이렇게까지 강력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울 정도였다. 마술의 제목처럼 관객이 가진 동전의 연도를 예언의 결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를 확장하면 생일, 주소, 심지어 공연이 진행되는 ‘현재 시각’까지도 예언의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구조 자체가 단순한 만큼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에서 실전 활용도가 상당히 높은 루틴이다.
다만 기술 자체는 어렵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에 대한 지시와 흐름의 컨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한 연출이기도 하다. 특히 많은 마술사들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인데 지나치게 낡은 덱(특히 해당 기법을 반복 사용했던 덱)을 사용할 경우나, 관객에게 명확한 지시를 전달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의외로 쉽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은 반드시 염두에 두고 연출하는 것이 좋겠다.
The Trick Never Ends
연출) 관객은 자유롭게 카드 한장을 말한다. 관객은 원하는만큼 덱을 떼는데, 그 위치에서 관객이 말한 카드가 나온다.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활용하는 연출이다. 기본적으로는 간단한 세팅을 전제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충분히 노세팅으로도 진행할 수 있으며, 요구되는 기술 역시 비교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이 연출의 가장 큰 매력은, 관객에게 ‘선택을 바꿀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유형의 마술에서 관객이 흔히 갖게 되는 의문인 ‘조금 덜 가져갔거나, 조금 더 가져갔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에 대해, 이 루틴은 매우 깔끔하고도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답을 제시한다. 어떤 측면에서는 벤자민 얼 마술사의 ‘Real ACAAN’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체적인 흐름과 여운의 측면에서 ‘The Trick Never Ends’ 쪽이 더 취향에 가까운 연출이었다.
Time is Money
연출) 관객의 지폐에 싸인을 하고 신호를 주면 지폐가 사라지고 관객의 손목시계 아래에서 나타난다.
이 책에 수록된 몇 안 되는 비(非) 카드 마술 연출 중 하나다. 순서상 가장 먼저 등장하는 루틴인데, 초반 세팅이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난해하게 느껴져 이 책을 읽는 것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만 PH의 코멘터리 영상을 참고해 따라가다 보면 구조가 금방 이해되고, 실제로는 생각보다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한 번 세팅해 두면 지갑에 넣어두고 언제든지 꺼내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도 나쁘지 않다. 다만 요즘은 지폐를 들고 다니는 관객이 많지 않다는 점이 현실적인 제약으로 느껴지긴 한다.
싸인한 물건이 사라졌다가 관객의 손목시계 아래에서 등장하는 클라이맥스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더 강하게 남았던 부분은 두 장의 지폐가 순식간에 한 장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마술사 입장에서는 자칫 ‘이게 그렇게까지 신기한가?’ 하고 지나칠 수 있는 구간이지만, 마술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이후 전개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맞이하는 강력한 임팩트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관객이 느끼는 ‘놀라움의 지점’을 마술사가 어떻게 인지하고 다루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연출이었다. 관객에게는 충분히 강하게 다가갈 수 있는 순간을 당연하게 흘려보내 버리면, 전체적인 임팩트 역시 함께 약해질 수 있다. 이러한 ‘강조와 긴장감의 조절’은 비단 이 루틴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출 전반에 적용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특히 인상 깊었다.
종합 및 총평
뛰어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완성된, 실전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메인 디쉬.
그리고 그 위에 절묘하게 더해진 PH의 가니쉬.
여러모로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서적이었다. 최근 마술 출판물의 흐름이 이론서 중심으로 옮겨가고, 실전 루틴은 스트리밍 렉처 형태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아진 만큼, 이렇게 루틴 중심으로 구성된 마술서를 접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덕분에 마치 속이 꽉찬,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한 듯한 밀도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수록된 루틴들 역시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았으며, 단순한 해법 설명을 넘어 연출이 만들어진 배경, 루틴의 역사, 패터 구성, 신체 사용 방식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정리하며’ 파트에서는 임프롬투 버전이나 소재, 프레젠테이션을 변형하는 다양한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단순히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로 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을 ACAAN 파트 역시 훌륭했지만, 오히려 그 외의 루틴들이 더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또한 PH의 코멘터리 영상도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각 루틴에 대해 자신의 해석과 핸들링을 덧붙여 설명해주는데, 긴 글을 읽는 데 부담을 느끼기 쉬운 요즘 독자들에게(필자 역시 포함해) 완독을 돕는 훌륭한 보조 수단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한 마술을 먼저 책으로 읽고, 해당하는 PH 영상을 이어서 시청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번역에서는 문장의 호응이 어색하거나 오타가 보이는 정도를 넘어, 문장 자체의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아 여러 번 다시 읽게 되는 구간이 있었다. 또한 모든 삽화가 아시 윈드가 직접 그린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분위기 면에서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이해를 돕는 측면에서는 사진 형태의 자료가 함께 제공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는다. 물론 이러한 일러스트 덕분에 느껴지는 고전적인 분위기 역시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종합하면, 오랜만에 ‘값어치 있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읽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수록된 루틴들이 비교적 접근성이 높아 실제로 따라 해보고 레퍼토리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컬렉션용 서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물론 20만 원이라는 가격은 분명 부담스럽지만, 그에 걸맞은 밀도와 완성도를 갖춘 책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아시 윈드 특유의 마술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 스택 덱을 활용한 마술에 관심 있는 사람, 수학적 원리가 들어간 마술을 새롭게 접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A.W.A.C.A.A.N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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