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리뷰를 작성함에 있어서 얼마 전 타계한 데이비드 버글라스(David Berglas, 1926.07.30 - 2023.11.03)를 기리고 싶다.
그는 마술계의 거장으로, 1976년과 1977년 International brotherhood of magicians의 회장이었으며, 1989년부터 1998년까지 The magic circle의 회장이었다. 60년이 넘는 기간동안 뛰어난 마술사로 활동한 그는 단순 기술의 향연이 아니라 진정으로 관객에게 기적을 보여주고자 하였던 아티스트였다. 부디 그가 떠나 도착한 그곳에서도 그가 그의 출중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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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라기엔 사실 수년, 수십년 이상 되었지만) 카드마술계의 뜨거운 감자를 물어본다면 누가 뭐라 해도 아칸일 것이다. 1933년 마술사 알베이커에 의해 소개된 이후, 아칸 현상은 수많은 마술사의 인기를 끌어왔다. 현대의 프로 및 아마추어 마술사들 역시 아칸에 열광하고 있으며, 그중 소위 '퍼펙트 아칸'이라고 하는 아칸의 성배를 찾는 이들의 종착지는 결국 이 '버글라스 이펙트' 책이다. 이 책은 마술계의 거장인 데이비드 버글라스의 철학과 내용을, 지니 매거진의 편집장이자 마술 역사학자인 리처드 카우프먼이 수차례의 인터뷰를 통해 쓴 책으로, 국내에서 루카스퍼블리케이션에서 한글로 번역하였고 현재 절판된 상태이다. 절판 이후 컬트적인 인기와 함께 단종 후 중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책이기도 하며, 저명한 국내 마술사인 PH도 자신의 유튜브에서 버글라스 이펙트를 소개하면서 이 책에는 분명히 퍼펙트 아칸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여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한 인기와 반대로, 이 책을 읽은 사람중 적지 않은 이는 이 책에 퍼펙트 아칸은 없으며, 데이비드 버글라스의 마술은 구시대적이고 전혀 먹히지 않는 마술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하고 있다.
cf)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술사는 아니지만, 국내에서 PH만큼 아칸을 여러가지로 연구해본 마술사도 드물것이라고 생각한다. SOM 시절에 발매한 아칸 관련 렉처(Arithmophobia, Phifty, Aphroditic 등)도 수없이 많고, 그만의 퍼펙트 아칸을 위한 기믹덱도 제작하기도 하였다.(Prophacaanda) 그가 수차례 밝혔듯, 그의 아칸에 관한 여러 생각과 베이스는 결국 이 버글라스 이펙트에서 기반한다.
이렇게 상반된 평이 존재하게 된 것의 결국 근본 원인은 하나의 질문으로 요약된다.이책에는 과연 퍼펙트 아칸이 있는가? 이에 관하여 공식 판매사이트에도 소개된, 역자 이영우 마술사(알트) 마술사 서문을 보자.
[전략]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작게 보면 아웃(out)이고 넓게 보면 마술관이자 철학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장르(?)를 처음으로 접해서 공부하고자 한다면 이 책이 아주 훌륭한 교재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길을, 전설적인 마술사의 눈높이에서 같이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메리트가 될 것입니다.
다음으로 여러분이 엄청 궁금해하실 질문을 다뤄보죠.
"이 책을 읽으면 '아칸'을 할 수 있나요?"
"아니요."
지금 저에게 물으신다면 저렇게 대답할 겁니다.
[중략]
...저 질문은 잘못된 질문입니다.
질문은 책을 읽은 후에 제가 여러분께 드릴 겁니다.
"이 책을 읽었는데 '아칸'을 할 수 있나요?"
여러분이 뭐 그런 중요하지도 않은 걸 물어보냐는 듯, 피식 웃으며 '네'라고 대답하실 모습을 기대합니다.
[후략]
- 이영우 (책 추천사 발췌)
이라고 밝히고 있다. 당최 이게 무슨 소리인가?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다 읽고나서 돌아오면 이해를 할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에서는 대체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 찬찬히 알아보자.
+) 시작전에 앞서.. 옆의 스크롤만 봐도 알겠지만 이 글은 상당히 긴 리뷰이며, 일부 챕터에서는 연출의 핵심을 가리고자 일부러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시간나지 않는다면 조금씩 나눠서 읽는 것을 추천한다.
<버글라스 이펙트 리뷰>
이책은 크게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서문에도 나와있듯, 다들 모두 마지막 '버글라스 이펙트'나 '액트 : 버글라스 이펙트' 로 넘어가고 싶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를 권고한다. 이책은 나름대로의 커리큘럼을 가진 책으로, 앞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지 않고 뒤로 넘어가게 되면 갑자기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보이는 내용이 다수 포진해있기 때문이다.(기술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찬찬히 읽어보면서 넘어가자.
챕터 0 : 머릿말
머릿말 부분을 언급하지 않을수 없다. 번역본 중 일부를 인용하면..
정교한 스토리가 들어간 마술은 잊어라.
손기술도 대부분 잊어라.
수학적인 카드마술도 잊어라.
여태지 여러분이 카드마술에 대해 배운 걸 전부 잊어라.
라는 상당히 자신감 넘치고 놀라운 멘트가 적혀있다. 그리고 버글라스가 하는 마술 스타일을 소개하기 위한 QR 코드가 하나 첨가되어 있는데, 이 또한 책의 구성품이기에 여기에 링크하지 못하는것이 상당히 아쉽다. 특히나 두번째 영상 'The Bull Theatre Show'는, 다소 호불호는 갈릴수 있을지언정 관객의 입장에서 저 해당 장소에서 마술을 봤으면 아주 감탄하고 봤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행히 그의 마술 스타일을 대략적으로나마 보여줄 수 있는 영상들이 아직 유튜브에 있어 링크를 2개 추가하도록 하겠다. 이하 리뷰 전문, 혹은 이 책을 구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기 전에 꼭 아래 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https://youtu.be/gmEJvhI1CbI?si=YApYrTndDDlOo9Go
https://www.youtube.com/live/PNbmGOzUmkk?si=CIQz8VPq6xIWX65C
(특히 위의 The best of David Berglas는 속도감/퍼포먼스 디테일의 차이은 있을지언정 책의 링크에 실린 영상과 루틴 자체는 굉장히 많이 겹치기에 꼭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어 리스닝만 된다면 1.5배속정도로 봐도 무난하다)
챕터 1 : Starting point 스타팅 포인트
데이비드 버글라스가 퍼포밍하는 마술들의 기저에 깔린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반적으로 설명한다.
카드 트릭이나 기술이 아닌 그의 철학에 대해서 보여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의 컨트롤과 그 컨트롤을 가리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한명, 혹은 여러명의 관객의 생각, 시선, 기대, 기억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결국 그의 마술의 중심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그의 마술이 하는 핵심 접근법이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버글라스의 접근법은 카드마술을 하는 게 아니라,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다.
카드는 그저 그 기억에 남는 순간, 혹은 기적을 만드는 도구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결코 많은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미스디렉션, 혹은 관객의 집중을 조절하는 것이 그의 마술의 핵심이다. 이 외에도 '마술에서의 선', 'Too perfect theory', '퍼포밍에서의 패터와 행동에 대한 당위와 강조를 빼기' 등 카드마술뿐만 아니라 마술 전반에 대한 데이비드 버글라스의 철학들이 나오는데 다소 지루할 순 있지만 이러한 그의 마술 기반을 어느정도 이해하지 않으면 이하의 내용은 결국 '엥, 이게 된다고..?'의 연속일수밖에 없기에 건너 뛰지 말고 보길 바란다.
챕터 2 : Think a card 생각한 카드
이제 구체적인 기술과 마술들이 나온다. 이 챕터에서는 그의 대표 마술인 'Think a Card(생각한 카드)'와 'Name a Card(말한 카드)'에 대해서 소개한다.
Think a Card(생각한 카드)
연출 : 한 덱을 전부 팬하여 보여준후 관객에게 한장 생각하게 한다. 마술사는 덱을 내려놓고, 관객이 생각한 카드를 말하면 그 카드는 덱 맨위에 있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관객이 보고 생각했을 위치에서 덱을 컷하는 것이다.
덱을 컷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데, 이론적으로 치면 Off-beat(오프비트, 관객이 마술에 집중하지 않는 상태)인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외에 버글라스가 알려주는 실전 팁도 몇가지 있다.(물론 실제로 해보면 잘되긴 어렵다. 이건 버글라스 처럼 경험이 있거나 어느정도 카리스마가 있어야 가능한 일도 좀 있는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객이 생각한 카드를 맞추는 것일까? 보통 여기서 포스(팬포스라던가, 싸이콜로지 포스 등)가 먼저 생각나겠지만 놀랍게도 사용되지 않으며, 매우 볼드하게 그 위치를 알아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관객-마술사-카드의 위치부터 시작하여 관객의 시선을 트래킹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트래킹하는법, 그리고 팬을 보지도 않으면서 해당 위치에서 컷하는 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아주아주 볼드한 내용이며(물론 해당 과정에 대해서는 상당히 여러단계로 세분화해서 알려준다. 다만 그럼에도 방법 자체가 볼드한 것은 사실이다), 연습해봐도 따라하기 쉽지는 않은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카드에 익숙해야 하며 반덱 컬, 클립 쉬프트 등 다양한 손기술과는 또 다른 영역의 카드기술 같은 느낌이 필요하다. 실제로 나도 수없이 연습하고 시도했지만, 결국 내가 원하는 정도의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아웃이 나더라도 한 3장 차이까지는 나게 하고 싶은데 이또한 쉽지 않다) 아웃된 경우에 대해서도 조금 미스된 경우와 아예 크게 미스된 경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이 방식이 사뭇 재밌고, 이중 하나가 바로 이어지는 아래의 말한 카드 연출이다.
c.f) 여기서 보여주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한덱을 패닝하여 모든 카드가 고르게 보일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따로 버글라스 푸쉬 팬이라는 기술을 알려주는데, 해당 연출과 별개로 이 기술은 나름 쓸만하다. 이책에 실린 손기술 중에서는 가장 어려운 편이지만, 그럼에도 객관적 난이도가 어렵지는 않기 때문에 이 연출을 하지 않을 사람이어도 이 파트는 보고 가자.
Name a Card(말한 카드)
연출 : 한 덱을 전부 팬한 후, 관객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은 한장의 카드를 말하고, 마술사가 덱을 내려놓으면 관객이 말한 카드는 맨 위에 위치한다.
방법은 더 간단하다. 관객이 말한 카드를 정말 1,2초만에 찾아내고 컷하면 끝이다. 그렇다면 54장(버글라스는 조커를 쓴다) 중 관객이 말한 카드를 대체 어떻게 금방 찾는단 말인가? 이 방법 역시 매우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잘된다(팬을 깔끔하게 했단 가정하에) 심지어 찾지 못했을 경우의 해결법 역시 매우 실전성 있는 방식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러한 마술은 해법이 핵심이 아니다. 디테일이 제일 중요한데 이 책에서는, 어떤면에서는 소름 돋을 정도로, 매우 자세히 알려주고 있기에 꼭 보고 따라해봐야 한다. 시선 처리, 손가락이 카드에 닿는 위치, 템포 등 여러 요소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변인에게 시연(혹은 동영상 촬영 후 다시 돌려보면서 이상한점을 찾아서 고친다던가) 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이 방법은 버글라스에게는 일종의 아웃과 같은 방식, 즉 아칸이나 '생각한 카드'가 실패한 경우에 사용되는 것이며, 실제로 나도 결코 단독으로 이 마술을 하진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아칸, 혹은 퍼펙트 아칸을 원한다면 이 루틴을 배우고 싶지 않을 지도(이 책을 다 읽고나면 의미없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겠지만) 모르지만, 하지 않을 연출이라 하더라도 그 원리와 디테일을 살펴보면 배울점이 많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c.f) 버글라스 푸쉬 팬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스프레드 한 후 시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있다. 다만 연출적으로도, 그리고 비쥬얼적으로도 이 푸쉬팬을 한 후 맞추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좋았기에 기왕이면 패닝을 연습하자.
챕터 3 : Any Card At Any Number 아칸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 아칸챕터다. 다만, 이책에서는 아칸과 버글라스 이펙트를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버글라스가 구분한 것이 아니라 후대의 사람들이 구분 지은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이책에서는 아래와 같이 다룬다
아칸 : 관객이 아무 카드와 아무 숫자를 말하면 그 카드가 그 숫자의 위치에서 나온다. (이것이 포스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건 관객이 느끼기에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하는 것이다)
버글라스 이펙트 : 아칸중에서 가장 엄격한 아래의 조건을 적용한 루틴이다.
- 노말덱을 사용한다
- 카드와 숫자를 말하기 전에 덱은 이미 마술사로부터 떨어져 있고, 마술사는 덱을 건드리지 않는다
- 숫자와 카드는 포스하지 않는다(적어도 겉보기엔)
- 카운팅은 관객이 직접한다. 앞면으로 딜하며, 심지어 위에서부터 딜링할지/아래부터 딜링할지도 관객이 정한다.
이 버글라스 이펙트에 대해서는 후에 따로 챕터에서 다루며, 이번 챕터에서는 아칸에 대해여 다룬다. 버글라스 이펙트의 정의를 보면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버글라스 이펙트와 다르게 아칸은 상대적으로 널널한 조건이다. 마술사가 카드를 만져도 되기에 가능한 다양한 접근법들이 존재한다. 마술이 시작할때는 어떠한 방식으로 연출이 흘러갈지 마술사도 모르며, 상황에 맞게 잘 바리에이션해야 한다.(약간 재즈 같은 느낌이다. 논외지만 타로를 배우다보면 이런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 이 챕터에서는 굉장히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책에서 제시해준 상황들에 대해서 몇가지 언급하겠다.
상황) '생각한 카드' 루틴을 하던 중 관객이 생각한 카드와 컷한 카드의 위치 차이가 7장이다
해결) 관객에게 숫자 7을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 아칸이 성립된다.
상황) '말한 카드' 루틴을 하던 중 관객에게 숫자를 말하게 한다. 패닝하여 확인했을 때 카드는 위에서 ??번째에 있었다.
해결) 관객이 ??번째의 주변 숫자(대략 +- 3정도)를 말하게 한후, 리커버리를 통해 아칸을 시행한다.
당연히 위의 내용을 보다보면 드는 궁금증이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거듭 설명하지만,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관객에게 특정 숫자를 말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정확히 말한 숫자가 나오게 하는 방법, 혹은 적어도 어느정도 범위로 유도하는 방법), 그 숫자와 조금 벗어났을 때 처리법, 완전히 벗어난 숫자를 말했을 때의 대처법 등등 모든 아웃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유연하게 보일수도, 혹은 억지처럼 보일수도 있지만 이 모든것은 결국 '관객이 충분히 Fair하게 느끼느냐'의 문제이다. 관객이 자신의 생각이나 선택이 '유도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이런 패터에 대해서도 물론 언급되어 있다) 그것으로 이미 기적은 이루어진것이다.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패터와 일종의 유도를 통해서 관객의 숫자를 포스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면, 결국 리커버리가 필요하다. 이 리커버리의 방법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에퀴보크나 '안보이게 컷' 외에도 꽤나 재밌는 기술들이 소개된다. 특히나 프리시전 컷이란 기술은 소위 '해보니 이게 되네?'의 기술이라 나름 신박하게 다가왔고, 이 리커버리를 할때 생기는 필연적인 프레젠테이션의 타임 딜레이 해결법 역시 짧지만 꿀팁이었다.
챕터 4 : Small Tools and Party Tricks 작은 몇가지 도구와 파티 트릭
이 파트는 아칸과는 무관한, 버글라스 스타일의 카드 기술들에 대해서 소개한다.
기술적인 느낌이 안나게(실제로 기술이 안쓰이기도 한다!) 하는 방식을 집중한 그의 방식과 철학이 여기서도 엿보이는데, 일반 노말 탑카드 딜링, 브릿지(혹은 크림프) 없이 원하는 위치에서 컷하는 방식(노기믹 로케이터 카드 컷), 클래식 포스, 더블리프트, 글림스, 팜, 덱 스위치, 카드 투 포켓 등 다양한 손기술들의 바리에이션을 보면 수많은 무대경험을 통한 그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이 파트에서 내가 실제로 건져서 사용하는 것은 크림프 없이 하는 노기믹 로케이터 카드 컷 뿐이다.
c.f) 참고로, 이파트의 부분에서는 뜬금없이 확률이 절반절반인 게임에서 장기적으로 승리하는 배팅방식(룰렛, 동전던지기 등)이 소개되어 있다. 다만 해당 방식은(실제로 수학적으로 조금만 계산해봐도 알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혀 도움되지 않는 방식이며, 오히려 전통적인 방식인 1-2-4-8-16-32-... 식으로 2배씩 거는 배팅이 더 나은 방법이다. 다만, 잊지 말자. 결국 기댓값은 결코 1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챕터 5 : Magician's Choice 매지션스 초이스(or 에퀴보크)
많은 이들이 익숙한 매지션스 초이스에 대해 버글라스만의 방식을 설명한다. 어떠한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가 등부터 시작하여 2개중 하나일때 / 3개중 하나일때 /4개 중 하나일때 등등 상황을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해당 내용이 결코 부실하거나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 에퀴보크 관련해서는 더 좋은 렉처들이 많고(가장 접근하기 쉬운 것은 아르카나의 료마술사의 에퀴보크 렉처이다. 그리고 방금 이문장을 쓰면서 내가 이것을 리뷰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고로 다음 리뷰는 에퀴보크 렉처이다), 에퀴보크는 그대로 따라하기보단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게 변형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이부분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기보단 실전에서 지속적인 연습과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챕터 6 : Mind Mapping for Magicians 마술사를 위한 마인드맵
'카드 기적 만들기'에 관한 마이드맵 만드는 것에 관한 내용이다. 마술사로서 가져야할 마인드, 개성, 의사소통능력, 퍼포먼스 등등 여러 요소에 대해 짧막하게 다루고 있다. 약간은 자기개발서적스러운 내용이기도 한데, 굳이.. 뭐... 그렇다...
챕터 7 : The Set-up deck 셋업덱, 멤덱
버글라스만의 스택과 이를 이용한 멤덱의 소개이다. 아무래도 멤덱하면 소위 네모니카, 8kings, 사이스테빈스 등 여러 유명한 멤덱이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마술사들에게 퍼포밍하면 해당 멤덱은 너무 유명하여 효력을 잃곤 한다. 버글라스는 이러한 이유로 서로 다른 5가지의 스택을 외웠는데, 여기서는 그가 마술 컨벤션에서 사용한 그만의 세팅을 소개하고 외우는 법을 알려준다. 기본적으로 이 스택 자체는 완전히 섞인 덱이지만, 교묘한 몇가지 트릭이 숨어있어 이 덱을 완전히 외운이라면 요긴하게 써먹을 요소가 꽤나 있다.
기억법 자체는 소위 기존에 알려진 연상법과 기억의 궁전을 합한 방법이기에 그리 신박한 방법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외우는 방법을 굉장히(약간은 과하게) 세세하게 설명하기에 기존에 멤덱을 모르던 사람이라면 이 것을 보고 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유명한 스택을 피하고자 나는 추가로 이 멤덱도 외우기를 시도했으나, 그냥 포기하고 나만의 스택을 하나 만들었다. 이하의 챕터에서는 이 멤덱에 대해 완벽히 외울뿐만 아니라, 특정 방향과 특정위치로부터의 숫자까지 하여 총 4가지를 다 외우고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다. 음.. 화이팅.
c.f) 이 챕터에서 오히려 가장 큰 수확은 폴스셔플 부분과 더불어 멤덱이 오버핸드 셔플되었을 때 간단히 복구하는 방법, 그리고 셋업덱을 복구할 수 없을 때의 대처방법이다. 멤덱을 사용하는 이들의 공포에 대한 어느정도의 해결법(멤덱을 이용한 루틴 말고 다른 루틴을 하세요! 말고도)을 제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c.f) 이파트는 간단하게 지나갔지만 사실 굉장히 많은 내용이 담긴 파트이다. 관객이 구체적으로 어떤 카드를 말했냐에 따라서(자주 말하는 특정 카드들이라던가), 혹은 여러명에게 카드를 말하게 할때라던가 등 다양한 상황에 대해 소위 '이대로만 따라하세요' 식의 교육법을 포함하여 떠먹여주듯 알려주는 파트이기도 하다. 사실 내용적으로만 보면 이 파트에서 얻어갈 것이 제일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챕터 8 : The Berglas Effect 버글라스 이펙트
길고 긴 여정이었다. 드디어 버글라스 이펙트에 대해서 다룬다. 챕터 2의 '생각한 카드' 및 챕터 3의 아칸과 이어지는 내용이며, 빌린덱을 섞거나 스택덱을 이용하거나, 혹은 그 이상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골자는 단순하다. 관객은 카드를 말한다. 관객은 숫자를 말한다. 관객이 말한 숫자의 위치에서 관객이 말한 카드가 나온다. 이 카운팅은 관객이 직접하였고, 마술사는 관객의 카드에 손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겨울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 1/54(버글라스는 조커를 사용한다)로 정말 그 위치에 원래 그 카드가 위치했을수도 있고(이건 정말 마법이 되겠지) 몇장 차이로 틀렸을수도, 특정 의미 있는 숫자만큼 차이났을수도, 아예 벗어났을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앞의 챕터들에서 여러번 언급된 기법들의 총집합이 나온다.
정확한 방법과 기법은 그때그때 다르지만, 우선 아주 간단한 방법을 활용하면 관객이 말한 카드가 말한 숫자번째에서 나올 확률은 1/54가 아니라 8/54 정도까지는 올라오게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46/54는 어떻게 하는가? 이런 경우에는 버글라스 이펙트를 포기하고 아칸으로 넘어간다. 버글라스 이펙트(퍼펙트 아칸)이 아니라서 실망했는가? 그럴 필요 없다. 우리는 관객에게 결코 마술의 진행과 엔딩이 어떻게 되는지 미리 말하지 않는다(뭐.. 마술동료에게 '내가 퍼펙트 아칸 보여줄게!' 이러고 시작하는게 아니라면야..) 다른 방식을 통해서 마술을 선보이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관객에게 기적을 선사할수 있다.
챕터 9 : The Act : The Berflas Effects 액트 : 버글라스 이펙트
여태까지 배운 내용의 총정리챕터이다. 위의 버글라스 이펙트가 하나의 현상이라면, 이부분은 액트이다.(위에 링크한 영상 중 The best of David Berglas 가 바로 이 액트이다) 이 액트가 버글라스 이펙트처럼 될지(ex. 카드 말해보세요 > 4클로버요 > 숫자 말해보세요 > 1이요 > 맨 위에 있는 카드를 확인해보세요. > 4클로버네?!), 아칸처럼 흘러갈지, '생각한 카드'나 '말한 카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경우에 맞춰 어떻게 길이 흘러갈지의 가이드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는 마치 하나의 재즈와도 같으며, 어디로 흘러갈지는 오직 그 매순간 즉흥적으로 정해지는 관객의 마음과 카드, 숫자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가 해야할 것은 배운 기본과 원리를 기반으로 그 흥을 깨지지 않게 책임지는 것뿐이다.
이로서 길고긴 리뷰가 정리되었다. 이 책은 단순한 하나의 기술이나 원리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말 그대로, '관객에게 기적을 선사하는 법'에 대해서 다루는 책이다. 데이비드 버글라스가 60년의 세월동안 해온 카드마술들의 총집합이며, 그의 놀라운 능력을 하나로 녹여낸, 말그대로 '삶의 정수'이다. 이 책을 단순히 아칸을 배우기 위해서 구매하는 것은 상당히 낭비일 것이고, 그런 사람은 실망이 클 것이다.(이 말을 처음 봤을때 나는 대체 뭔소리야? 라고 생각했지만 다 보고 나면 이말밖에 할수가 없다) 다만 마술의 삶에서 하나의 큰 변화를 겪고 싶은 이라면, 이 책은 그것을 돕는 가장 큰 도우미가 될 것이다.
... 이렇게까지 썼지만, 이 리뷰를 본 사람이 결국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서 이 책에 퍼펙트 아칸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난 피식 웃으며, '네.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겠다.
총점 : 평가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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