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3 엄준혁 마술사 공연 - 52

2025. 12. 14. 19:21·마술/마술공연 및 오프라인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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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5년 12월 13일 관람한 엄준혁 마술사의 개인 공연 <52> 리뷰이다.

 

엄준혁 마술사는 언더그라운드 매지션으로, 이미 본 블로그에서 여러번 소개한 적 있는 마술사이다. 주로 렉처 발매 및 세미나를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알려 왔으며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팬이기에 그가 발매한 모든 작품을 구매하였고, 오프라인 행사도 되도록 참여해왔었다.

 

뉴도어 세미나 시즌 0 리뷰

 

코인시덴시아 토탈 리뷰

 

Count to 5 리뷰

 

 

다른 마술사들과 사뭇 다른 느낌의 진중한 연출, 짜임새 있는 플롯, 그리고 고유의 기술들 덕에 매니아층이 확고한만큼 그의 렉처는 언제나 인기가 많았지만, 그동안 그의 단점으로 '과연 실전에서 얼마나 검증되었는가?'가 손꼽히곤 했다. 그는 언더그라운드 매지션답게 본인의 공연을 진행하기보단 버스킹을 주로 했었는데 그가 인기를 본격적으로 얻기 시작한 시점은 코로나 발발 이후로, 그의 실전 버스킹을 목격한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렉처에서 알려주는 내용이나 팁들은 경험이 얕은 자의 것은 아니었지만, 마술을 수강생 입장과 관객 입장에서 보는 것은 다르기에 그의 공연에 목말라온 팬들이 많았다. 그랬기에 지난 9월, 그가 최초로 진행한 공연인 아트매직콘서트 - <살아나라> 공연 때 하루만에 전석매진이 된 것은 그리 놀랍지 않았다.

 

자타공인 엄준혁 마술사의 빅팬이라고 하는 입장에서, 지난 <살아나라> 공연을 일정상 관람하지 못한것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에 그의 두번째 공연인 <52>이 진행된다는 것을 듣고 바로 예매하고 관람을 진행했다.

 

 

공연이 진행된 곳은 홍대에 위치한 스넥 연습실. 원래 합주실 + 안무연습실로 사용되는 공간을 공연으로 바꾼만큼 공연에 특화되어 있진 않았고, 20명의 관객이 앞줄과 뒷줄로 나누어 둘러앉아 공연 관람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언제나처럼 대다수가 마술인들(각종 행사들에서 많이 본 분들)이었고, 나는 일찍 간 덕에 맨 앞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 시간은 총 70분. 대기시간 내내 재생되던 묘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딱 끝나는 순간, 공연은 시작되었다.

 

 

<52> 리뷰

 

<52> 공연 설명

 

 

제목에서 알수 있듯 본 공연 <52>는 카드마술로만 진행된 마술공연이었다.

 

마술을 해본 사람이라면, 오로지 카드 마술 하나만으로 70분을 채운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단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관객이 고른 카드를 찾고, 맞추고, 정렬하고, 사라지게 하는 등 다양한 기법이 있을지언정 결국 관객에게는 이 모든 것이 비슷비슷한 '카드 마술'이라는 기억만으로 남아버리기 마련이니까. (엠비셔스와 트라이엄프는 분명 다르지만, 그 차이가 결코 링 마술과 동전마술의 차이만큼 크진 못하니까) 그렇기에 많은 카드 마술사들은 자신의 공연에서 다양한 플러리쉬와 카디스트리 등 비쥬얼함을 더해서 관객의 지루함이나 익숙해짐을 타파하려 시도하곤 한다.

 

그러나 엄준혁 마술사는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하지 않았다. 그는 이 <52>가 상징하는 카드라는 물건이 긴 역사에서 어떤식으로 쓰여왔는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이 카드라는 것이 엄준혁 마술사에게 있어 어떤 의미였는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방식을 통해 아예 틀을 비틀어버렸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본 공연은 카드마술이라는 도구를 빌렸을뿐, 전체적인 인상은 엄준혁 배우가 보여주는 모노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을 정도였다. 카드가 묘기가 아닌 점성술의 도구로 사용되던 시기를 가져와 보여주기도 하였고, 세상 어디선가 카드로 도박을 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가져와 그려내기도 했으며, 미래의 우리와 현재의 마술사가 연결되는 매개체로서의 카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일반적인 마술공연에서는 '불가능함'의 연출과 '관객에게 놀라움'을 전달하는 것에 집중한다고 하면, 여기서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해야하나... 예전 뉴도어 세미나 때 들은 '마술에서 불가능함을 제외하고 남은 것'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던 그의 생각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 뉴도어 세미나 시즌 0 리뷰- 중에서

 

마술적으로 봐도 대단히 훌륭한 공연이었다.

연출된 마술들이 대단히 어렵거나 아주 신기한 기술들이 사용되지는 않았다. 소위 매우 어려운 샷들 / 희안한 팜 기술들 / 플러리쉬적인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되었으며 카드 마술 중급자들이라면 다들 할수 있을법한 담백한 기술들이 주를 이루었다. (물론 타이밍포스는 언제나처럼 대박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본 공연은 더욱 훌륭했다. 보통 해법을 아는 마술을 보면 '와... 신기하다'는 느낌보다 '와... 잘한다'의 느낌이 들기 마련인데 본 공연의 연출들은 매우 시기적절한 미스디렉션과 숙련도 높은 기술들로 짜여져 있어 해법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해법을 알고 있단 것도 나중에 공연이 끝난 후 나오면서 반추하다보니 추측하게 되었을뿐) 여기에 앞서 말한 그의 독특하면서도 심오한 연출 플롯이 더해지니, 마술을 보는 내내 '어떻게 한거지...?'라는 생각보다 '와...쩐다...'라는 생각만이 남았다. 조금 과장을 더하면, 타마리즈가 추구하던 매직웨이 속 폴스 솔루션을 넘어 한 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만 하루가 지나 글을 쓰는 지금도 짜릿할 정도. 

 

 

공연의 피날레 역시 너무나도 훌륭했다. 카드를 다룬 모든 이들의 역사, 그리고 그 역사의 길에 서있는 엄준혁 마술사. 그가 말하는,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와 본 공연 <52>의 진정한 의미를 담아 만든 마지막 액트는 그야말로 마스터피스 그자체였다. 이건 공연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결코 느낄수 없는 감정이며, 공연을 본 사람들도 쉽사리 남에게 설명할 수 없는 이야기기에 나도 설명을 줄이려 한다.

 

 

종합 및 총평

 

 

 

카드마술로 구현된, 

한국의 In & Of Itself

 

 

공연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데렉 델가우디오의 'In & Of Itself'였다. 올해 본 작품들 중 여전히 내 마음속 1위인 이 작품에 대한 후기를 적으면서 나는 아래와 같이 글을 마무리하였다.

 

- 데렉 델가우디오 'In & Of Itslef' 리뷰중 -

 

 

그리고 난, 이 논의에 대한 또다른 답을 엄준혁 마술사의 공연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다음 엄준혁 마술사의 공연 때 당신도 직접 보고 경험하기를 바란다.

 

 

p.s. 공연에서 딱하나 아쉬운점이 있었다면 바로 공연 장소. 아무래도 마술공연에 특화된 장소가 아니다보니 조명이 너무 밝은 감이 없잖아 있었고, 공연 중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 덕에 약간 집중이 깨질 때도 있었다. 다음 공연은 조금 더 공연특화적인 곳에서 진행되길 바라는 작은 소망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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