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번 연휴때 라스베가스 여행을 기획하며 다짐했던 한가지가 있다.
꼭 마술쇼는 2개 이상보고 와야지!
지금은 조금 쇠퇴했다고 하지만 라스베가스는 마술의 성지라 불릴만큼 다양한 마술사들이 거쳐간 곳이기도 하고, 그 예전 전성기 시절의 찬란한 유산이 남아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전에 리뷰한 데이비드 카퍼필드 마술쇼를 포함하여 'Fool Us'로 유명한 펜엔텔러 / TV쇼와 더불어 장기간 공연으로 유명한 크리스 엔젤 / FISM 1위, Fool us 2회, 아갓텔 우승 등 다양한 경력의 신림 등 다양한 마술사들이 있어서 어느공연을 봐야할지 고민이 많았고, 이에 주변 마술사 지인분들께 질의를 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두 1등으로 추천하는 것은 아주 의외의 마술사였는데...
바로 맥킹 마술사(MacKing)가 1위 추천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얘기를 들었을 땐 조금 의아했다. 내가 잘 아는 마술사가 아니기도 했지만 대단한 수상경력이 있지도, 네임밸류가 큰 마술사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다들 일관되게 추천하는 것을 보며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예매를 진행하였다.
맥킹 코미디 매직쇼는 엑스칼리버호텔에서 진행되었다. 원래는 하라스 호텔에서 약 20년간 진행되었지만, 2021년 이후 엑스칼리버호텔으로 옮겨서 진행중. 엑스칼리버호텔은 마치 오래된 성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호텔로, 지난번 카퍼필드 공연을 본 MGM Grand 호텔처럼 메인 스트립에서는 조금 벗어난 위치에 있다. 벨라지오 / 아리아 / 코스모폴리탄 등 메인 위치로부터는 걸어서 약 30분 거리인데, 라스베가스는 호텔들 사이에 연결다리 육교가 잘 되어 있어서 이동하는데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한가지 재밌는 점으로 쇼가 하루에 두타임 진행되는데, 오후 1시와 오후 3시로 점심경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보통의 라스베가스 공연(마술쇼뿐만 아니라 태양의 서커스 등도)이 저녁에 진행되기에, 하루에 여러 쇼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포인트.
맥킹쇼의 좌석은 크게 2등급으로 일반석과 VIP 석으로 구분되어 있다. 할인가 기준으로는 두 등급의 차이가 10달러 정도밖에 안하기때문에, 웬만하면 VIP 석으로 보는 것을 추천. 자리도 지정이 가능한데, 맥킹의 표정이나 쇼의 비쥬얼을 좀더 중요시한다면 앞쪽 / 전체적인 그림을 보기를 원한다면 뒤쪽을 추천한다.
내가 선택한 자리는 5번 테이블의 5번자리였는데, 보이는 뷰는 딱 위의 사진 느낌. 거의 맨 앞자리지만, 무대에서도 메인 쇼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중간쪽인지라 관람에는 크게 지장은 없었다. 다만 다음에 본다면 11번쯤 자리(내 자리에서 3자리 뒤)에서 볼듯.
참고로 예전 리뷰들을 보면 안내자에게 팁을 주면 좋은 자리로 바꿔준다던가 하는 팁이 있는데, 하라스 호텔에서 진행하던 시절로 판단된다. 지금은 그냥 지정석이고, 직접 안내해주는 것 없이 알아서 가야한다. 그리고 공연 중 대략 관객을 4-5명 정도 앞으로 부르는데, 공연에 참여하고 싶다면 맨 앞 테이블로 추천.
공연 후기(약스포 O)
사실 공연 시작전에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공연장에 모인 수많은 어린 아이들과 더불어 '코미디 마술'이라는 장르, 그리고 대기시간중 나오던 'If You're happy and you know it' 동요는 '너무 수준이 낮거나 간단한 마술들만 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코미디 마술'이라고 하면서 마술의 해법을 공개해버리거나, 마술사의 셀프 비하 블랙유머로 가득찬 공연을 워낙 많이 봐왔던지라 공연 시작 직전까지도 걱정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된 후 이어진 70분간의 시간은, 한 마디로 '내 인생 최고의 마술공연 시간'이었다.
'Howdy, I'm MacKing' 이라는 말로 시작한 공연은 그가 왜 최고의 코미디 마술사로 칭송받는지를 온전히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간단한 로프마술부터 시작하여 카드마술 / 썸타이 / 기니피그 마술 / 뱅크 나이트 / 순간이동 / 그림자 마술 등 다양한 마술을 보여주었는데, 하나하나가 굉장히 수준 높고 짜임새 있었다. 특히 그 유명한 물고기 액트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 분명 앞자리에서 보고 있고, 미스디렉션에 절대 안당하겠다고 마음먹었음에도 불구하고 깜빡 속아넘어간 순간 이마를 딱! 칠수밖에 없었다. 또 한가지 인상적이던 것은 모든 패터와 행동이 계획되어 있고 복선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것. 어린 아이들도 많이 보는 전연령공연인만큼 굉장히 간단한 수준의 영어로만 패터를 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말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었고, 앞서 흘러가듯 나온 패터가 무슨 의미였는지 알게되는 순간 이 모든 치밀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코미디 마술쇼'인만큼 '코미디'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코미디 역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스스로를 바보 만들지 않는 선에서 선보이는 과하지 않은 적절한 슬랩스틱, 언어유희, 그리고 연기 역시 정상급 마술사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사라진 물건들이 계속 바지 지퍼 안에서 나온다던가(카드, 공, 심지어 기니피그까지도...), 투명망토를 쓰고 돌아다니는 모습, 접신들린 연기, 순간이동한척 하다가 진짜 순간이동하기 등 '예상한 범주와 그 이상'을 오고가는 그의 코미디는 '마술'을 빼고 봐도 탑급이었다. 지금 다시 회고하며 글을 적는 이 시점에도 생각나는 몇몇 장면들에 미소가 지어질 정도.
마지막으로 관록에서 나오는 그의 매너와 대처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가 본 공연의 참여 관객들은, 소위 말해 헤클러 총 출동이라고 할만큼 마술에 비협조적(?)이었다. 카드에 싸인을 하라고 하는데 뒷면에 한다던가... / 자신이 고른 카드를 까먹는다던가 / 지폐에 싸인을 하고 주기를 꺼려한다던가 / 확인하면 안되는 곳을 확인하려 한다던가 등 전형적인 의심많은 비마술인들이었는데, 이 모든 역경과 고난을 아주 위트있게 극복하는 그의 모습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과 일일히 사진도 찍고 싸인도 해줬고(당연히 무료로!) 관객들과의 대화도 꽤나 진지하게 하는 것도 굉장히 보기 좋았다. 특히 내 앞 순서의 관객은 자신이 어릴때 이 공연을 봤었다면서 젊을 적 맥킹과 찍은 사진을 가져와서 보여주었는데, 맥킹이 감동하여 진심으로 포옹해주는 모습에는 나도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리고 기다리던 내 차례. 내가 관람한 시간이 토요일의 마지막 타임(오후 3시)로 다음날 공연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거의 마지막 타이밍에 Meet & Greet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3분간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내가 한국에서 카드마술을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하니까 바로 그자리에서 카드 마술 하나를 추가로 보여준 장면은 흡사 '오늘 내 생일인가..?' 싶을 정도.
여러모로 정말 너무나도 만족스럽던 시간. '코미디 매직 쇼'의 '코미디' + '매직' + '쇼' 모두 완벽했고 공연을 보는 70분간을 넘어 그 이후의 1주일, 그리고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그때를 생각하면 즐겁다는 감정이 온전하게 떠오르는 것이 행복할 정도. 연세가 연세이신지라 언제까지 공연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게 공연하셔서 이 모든 기쁨을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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