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놓고 있던 타로를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사실 타로공부하면서 자격증 딸때까지는 꽤나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정작 자격증 딴 이후로는 관심이 뚝 떨어졌었다.
블로그에 타로 관련 정리하는 것도 초반에는 꽤나 열정적으로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약간은 숙제처럼 느껴져서 크게 와닿지도 않았고 초반에는 나만의 생각이나 감상을 담았다면, 막바지로 갈수록 그저 알려진 책들이나 자료의 내용을 거의 복붙하는 수준에 불과했던 것 같다.(물론 이 과정 자체도 나름 의미는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타로를 처음부터 쭉 다시 공부하자니 같은 과정의 반복일 것 같아서 간헐적으로 셀프 타로를 본 것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보통은 타로리더가 셀프 타로를 보는 것이 약간은 금기시화되어 있는데, 이는 어떤 카드를 뽑더라도 최대한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려는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점을 스스로 명확히 인지하면서, 남에게도 공개할 수 있는 공간에 적다보면 그나마 좀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블로그에 간헐적으로 연재하듯 적어볼까 한다.
Q. 현재 3월 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시연해야하는 일이 있습니다. 고민이 많이 되는데 잘 할 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조언같은게 있을까요?
> 우선, 해당 질문에 집중하면서 카드 세장을 먼저 뽑아 3카드 스프레드를 하였고, 해석을 한 뒤 한장을 추가로 조언 카드로 뽑았다. 뽑힌 세장의 카드는 아래와 같다.
3카드 스프레드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이 가능하다. 전통적으로는 과거/현재/미래 나 처음/중간/끝, 원인/과정/결과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뽑은 카드를 공개하기 전에 미리 어떤식으로 해석할지만 정해두고 시작하면 크게 상관은 없는 것 같다. 나는 공개 전 이 세 카드를 과거, 현재, 미래로 해석하기로 하고 미래시점을 3월 초 시연해야하는 시기로 생각하기로 했다.
과거에 해당되는 카드인 펜타클 킹, 동전의 왕이다. 기본적으로 왕 카드들은 다 좋다고 생각해도 된다. 동전의 왕은 동전 자체가 가지는 여성성과 이성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느낌과 더불어 옷에 그려진 포도와 왕관, 황금홀, 저 멀리 보이는 성까지 모두 긍정적인 사고로 해석이 가능하다. 때론 눈을 감고 있는 모습때문에 이기적이나 독단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내가 물어본 질문에 있어 해석으로는 우선 내가 해온 과거가 꽤나 괜찮았음을 의미한다. 전문적이지는 않았지만, 소규모로 시연해왔을 때 실제 관객들의 반응도 모두 좋았고, 나 자신도 내가 꽤나 잘한다는 것에 나름 프라이드가 있었다. 남들이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만족감을 느꼈으니 꽤나 잘 일치하는 카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현재에 해당되는 카드로는 완드 2가 나왔다. 솔직히, 뽑자마자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완드 2의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듯, 한 남자가 성벽 위에서 먼 바깥을 바라보고 있다. 성벽에 고정된 지팡이 한개는 이미 이뤄낸 성과와 결과를 의미하고, 한손에 들고 있는 지팡이와 지구본은 모험과 도전, 새로운 목표를 의미한다. 안정적인 성벽에 이미 올라있지만, 저 멀리 바다를 그리는 모습이 전형적인 불의 원소이자 남성적이고 열정적인 지팡이와 잘 맞는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 있어서도 기가 막히게 잘 맞는 카드이다. 내가 여태까지 소규모로 해온 짤막한 시연들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들과 넓은 공간에서 시연을 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도 엄청난 도전이다. 그동안의 소규모 시연에 이미 만족해있는 상황이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인해서 내가 얻게 될 것과 잃을 것이 어떤 것일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으면서 마지막 카드인 미래 카드를 뒤집어봤다.
미래에 해당되는 카드로는 컵 7이 나왔다. 이 카드 역시 보자마자 탄식이 절로 나온 카드이다.
컵 7은 한마디로 말해 헛된 꿈과 망상, 그리고 현실에 비해 너무 높은 이상을 가리킨다. 외적인 아름다움, 재산, 명예, 권력, 성과 등 다양한 목표와 결과가 컵에 예쁘게 담겨 있지만, 이 모든것들은 다 구름위에 있는 존재일 뿐이다. 사람은 땅을 딛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너무 높은 이상을 보면서 비현실적인 꿈만 꾸는 것은 결코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이 카드를 보자마자 나도 내 스스로의 문제를 깨달았다. 소규모 공연에서 대규모로 바꾸는 것에 있어서는 단순 공연 사이즈의 변화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기존에 내가 해오지 않던 일들을 하고자 새롭게 배우고 공부하면서 이리저리 연구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난 그저 아마추어일뿐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공연은 결코 내가 프로로 데뷔하기 위한 첫 무대도 아니며, 내가 관객들을 프로급으로 만족시켜야 하는 것 역시 아니다. 내가 해오지 않았던 것들을 억지로 욕심내며 시도하는 것은 헛된 망상에 불과할 뿐이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될 것이다.
> 위와 같이 해석을 한 후, 혹시나 내가 조언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카드 한장을 추가로 더 뽑았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마지막 조언으로 뽑은 카드는 메이저 아르카나 5번, 교황 카드이다.
교황은 한마디로 '통합과 중재'의 카드이다. 신의 뜻과 인간의 뜻을 이어주는 존재이며, 영적인 지혜와 더불어 붉은색의 에너지가 풍부한 카드이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을 기반으로 한 지도력도 있는 카드이다. 때론 원칙과 규율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고리타분하며 융통성없게 보이기도 하고, 돈보다는 이상에 집중하기에 비현실적이라고 보여질 수도 있는 카드이다.
내가 조언을 얻고자 했을 때 이 카드가 나온 것을 난 '해왔던 것과 새로 하려던 일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라고 해석했다. 앞서 나온 컵 7과 함께 이어서 생각을 하면, 내가 하려던 새로운 시도들로만 가득 채우는 것은 좋지 못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더불어 내가 기존에 할 수 있던 일들을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 시도해보길 권유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황 앞에 그려진 열쇠처럼 새로운 일의 반석이 될 수 있음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기를 생각하며 리딩을 완료했다.
난 내 타로의 리딩이 결코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타로의 리딩이라는 것 자체를 사실 내가 하면서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물론 타로 리더가 이러면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타로 리딩이 소위 점쟁이식 적당히 가져다 붙여서 어떻게든 포장하기에 그치지 않는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점괘가 그렇지만, 타로 리딩을 통해 내가 스스로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게 되고, 내가 현재 있는 위치를 다시 자각하게 해주며,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작은 실마리가 된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 아니 훌륭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간헐적 타로 리딩을 계속해서 시도하며 글을 적어 내 기록을 남겨보도록 하겠다.
P.S. 내가 오늘 한 질문의 결과는 3월 초쯤이면 나올것이다. 어떻게 흘러갈진 모르지만, 그때쯤 맞춰서 새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다.
'타로 > 타로 관련 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31119 타로 관련 단상 (4) | 2023.11.1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