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마술 도구 - ML 크래프트 은화 기믹 모음 리뷰

2026. 10. 20. 22:05·마술/마술도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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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동전 마술은 상당히 매니악한 분야이다. 보다 대중적인 카드 마술에 비해 러닝커브가 훨씬 길고,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술도 많으며, 각도 제한을 비롯한 여러 제약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 마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동전 특유의 무게감과 반짝임, 그리고 동전 마술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비주얼과 연출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다 보면 어느새 이 분야에 깊이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동전 마술을 하다 보면 결국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기믹(Gimmick)이다. 물론 기믹 없이도 충분히 다양하고 멋진 현상을 보여줄 수 있지만, 기믹을 활용하면 구현할 수 있는 현상의 폭이 넓어지고, 기술적인 난이도 역시 상당 부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쉘셋부터 카퍼-실버, 썬앤문, CSB, STC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도 다양한데, 처음에는 비교적 저렴한 니켈 주화 기반의 도구나 알리발 레플리카 은화 기믹으로 입문하기 마련이지만, 이 취미를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장비병에 걸려서) 본격적인 은화 기믹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은화 기믹 제작사는 주로 해외 업체들로, 오랜 전통의 탱고사부터 높은 완성도로 유명한 스쿨크래프트, 수많은 기믹의 원조격이지만 이제는 구하기 어려워진 토드 라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일본의 시나노 크래프트 등 다양한 업체가 있다. 그리고 국내에는 김경욱 마술사가 운영하는 ML크래프트(ML Craft)가 있다.

 

김경욱 마술사는 코인피디아, 핀포인트, 미쓰릴 등 다양한 동전 마술 렉처를 발매한 마술사이다. 그 자체로도 뛰어난 실력과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마술사이지만, 현재 그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은 바로 직접 기믹을 제작하는 ML크래프트일 것이다. 한때 국내에도 동전 마술 도구를 제작하는 업체가 여럿 있었지만, 대부분 자취를 감춘 지금은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비교적 대중적인 국내 기믹 제작사라고 할 수 있다.

 

나 역시 동전 마술에 대한 동경을 항상 품고 있었기에 꾸준히 이 분야를 기웃거렸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ML크래프트의 기믹들도 하나둘 모으게 되었다. 일부는 김경욱 마술사에게 직접 주문해 제작받았고, 일부는 중고로 구입했는데, 막상 하나씩 꺼내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제법 많은 수가 모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회에 그동안 모아 온 ML크래프트의 기믹들을 정리하고, 각각의 특징과 사용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리뷰를 남겨보고자 한다.

 

하프 달러 사이즈 기믹

 

 

우선 내가 주로 사용하는 하프 달러 사이즈 기믹 모음이다.

 

은화는 워킹 리버티 하프 달러, 카퍼는 네덜란드령 동인도 2.5센트 주화, 차이나는 N2G 차이니즈 코인으로 선정했다. 모든 주화는 리밀드(Re-milled. 리마일드가 아니다!) 작업을 거쳐 크기를 동일하게 맞췄다. 즉 워킹 쉘, 카퍼 쉘, 차이니즈 쉘의 크기가 모두 동일하며, 이너 코인 역시 어떤 쉘에든 호환되도록 구성했다. (동전마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름 최소한의 도구만으로 CSB와 썬앤문은 물론, 김경욱 마술사의 렉처 '미쓰릴'에 수록된 모든 루틴까지 소화할 수 있도록 머리를 굴려 설계한 세팅이다.)

 

노말 5개(한개는 쉘 결합 상태) / 쉘결합한 뒷면 노출

 

가장 활용도가 높은 노말 코인 5개와 쉘의 조합인 쉘 셋(Shell Set). (노말 하나는 현재 쉘로 덮여 있다. 어느 게 쉘일까요?)

 

쉘이 노출되기 가장 취약하다는 뒷면에서 보더라도 나름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뒤에서 소개할 모건 달러 쉘과 비교하면 완성도 면에서 살짝 아쉬움이 남는 편. 참고로 사진상에서는 코인마다 색감이 미묘하게 다른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처음에 3개를 먼저 구입해 사용하다가 나중에 2개를 추가로 들이면서 사용 기간에 따른 다크화 정도의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다.

 

위쪽 좌우가 ML 플리퍼+쉘 / 아래 좌우가 스쿨크래프트 OxF

 

개인적으로 쉘 셋만큼이나 좋아하는 도구인 플리퍼(Flipper). 그래비티 플리퍼 방식이며, 일반적인 플리퍼와 마찬가지로 독수리의 발목 부분을 따라 커팅라인이 형성되어 있다. 이 역시 노말 코인과 크기를 동일하게 맞춰 언익스 쉘과도 호환되도록 세팅한 상태이다.

 

전반적인 완성도는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펼쳤을 때 드러나는 이너 폴딩 코인의 측면 마감이 다소 아쉽다. 물론 실제 퍼포밍 과정에서 관객에게 자주 노출되거나 크게 인식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디테일 하나하나가 사용자 입장에서는 도구의 완성도와 만족도를 결정짓기 마련이니... 특히 아래의 스쿨크래프트 제품과 비교하면 이러한 차이가 상대적으로 더욱 두드러져 아쉬움이 남는다. (아래 두 사진은 스쿨크래프트의 OxF = 마그네틱 쉘 + 플리퍼)

 

다만 내 플리퍼는 처음부터 쉘셋과 함께 제작된 것이 아니라, 별도로 중고 구매한 제품을 기존 쉘셋의 규격에 맞춰 가공한 것이다 보니 어느 정도는 감안해야 할 부분이기는 하다. 별도로 구한 제품임에도 추가 공임비 없이 사이즈를 맞춰준 ML크래프트 공방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썬앤문 / 카퍼 + 쉘 / 차이나 + 쉘. 참고로 셋다 결합한 면이 노출된 가장 취약한 상태의 사진이다.

 

앞서 소개한 플리퍼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면, 썬앤문(Sun & Moon)은 그야말로 극강의 만족감을 주는 도구이다.

 

썬앤문은 김경욱 마술사가 직접 제작하는 기믹 중에서도 가장 자신 있어 하고 애정을 쏟는 도구이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단 하나의 기믹만 사용할 수 있다면 썬앤문을 선택하겠다'고 할 정도로 애용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거금을 들여 토드 라센의 가공 장비까지 마련했을 정도이니, 이 도구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하다. 

 

그리고 그 자신감에 걸맞게 유격 하나 없이 완벽에 가까운 핏감을 보여준다. 더불어 다양한 루틴에 활용하고자 별도로 크기를 맞춘 이너 카퍼와 차이니즈 코인 역시 각각의 쉘에 완벽하게 들어맞고, 썬앤문의 이너 카퍼실버 역시 차이니즈 쉘에도 정확하게 호환된다. 덕분에 별도의 전용 기믹 없이도 필요에 따라 유사 CSB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애초에 최소한의 도구로 최대한 많은 루틴을 소화하고자 했던 내 설계 의도에 가장 잘 부합하는 기믹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c.f.) 물론 엄밀하게 따지면 제대로 제작된 CSB에서는 기믹 쉘의 측면이 은화여야 한다. 왜냐고? 은화 1개가 카퍼 1개와 차이나 1개로 변화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것이 CSB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이니즈 쉘 + 썬앤문용 카퍼-실버 ≠ 정석적인 CSB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저가형 CSB 기믹 중에서도 이러한 디테일까지 충실하게 구현한 제품은 그리 많지 않고, 무엇보다 CSB 루틴의 대부분이 테이블이 아닌 손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퍼포밍에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듯 싶다.

 

Super CSB

 

마지막으로 소개할 도구는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활용 가능성만큼은 무궁무진한 Super CSB.

 

나름 동전 마술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사전에 의식하지 않으면 보고 당황하기 쉬울 정도로 기발한 도구이다. 조니 왕(Johnny Wong) 마술사의 기믹이 오리지널로, 처음 이 도구를 접했을 때 그 아이디어에 감명받아 김경욱 마술사에게 특별 주문하여 제작했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기술 없이도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은 현상을 보여줄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필살기처럼 애용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 역시 앞의 도구들처럼 기존 쉘셋과 크기를 동일하게 맞춰 제작했다. 아직은 다른 기믹들과 조합할 만한 마땅한 활용법을 찾지 못했지만, 워낙 잠재력이 큰 도구인 만큼 앞으로도 다양한 활용 방안을 구상해 볼 생각.

 

 

원 달러 사이즈 기믹

 

 

원 달러 사이즈 기믹 모음.

 

아무래도 주력으로 사용하는 동전이 하프 달러 사이즈인 만큼, 원 달러 사이즈의 기믹은 그리 많이 모으지 않았다. 참고로 위의 도구들은 모두 중고로 구입한 제품이라 표면의 마모나 다크닝 정도도 제각각이고, 세부적인 가공 디테일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쉘과 이너 코인의 규격은 그럭저럭 문제 없이 모두 호환된다?! 밀링정도가 일정해서 그런가...)

 

노말 4개 + 쉘의 모습 / 쉘 결합상태

 

가장 기본적인 구성인 노말 코인 4개 + 쉘의 쉘 셋.

 

사진에서는 촬영 당시의 조명 때문에 코인마다 표면화 정도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거의 완벽하게 동일한 상태를 보여준다. 일부러 쉘과 노말 코인의 위치를 바꿔가며 사진을 두 장 촬영했으니, 어느 것이 쉘인지 한번 맞춰보시길.

 

쉘의 결합 상태 역시 훌륭하다. 앞서 소개한 하프달러 쉘셋과 비교해도 한층 더 정교한 핏감을 보여주며, 결합했을 때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 리밀링 작업을 거친 덕분에 일반적인 원달러 주화보다 크기가 유의미하게 작아졌다는 점도 체감되서 작은 크기의 손을 가진 나도 크게 어렵지 않게 핸들링이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주로 3 Fly나 Coin One 루틴을 퍼포밍할 때 활용중.

 

STC를 락킹하여 겹친 상태 / 옆면 모습

 

날먹의 끝판왕 STC(Super Tripple Coin, 슈트코)

 

누군가에게 '동전'마술이 아니라 '동전마술'을 보여줄 일이 있을 때 호핑 하프(Hopping Half)와 함께 가장 애용하는 도구이다.

기존에는 나 역시 모두의 입문 도구인 올리버매직의 레플리카 제품을 사용해왔다. 사실 이 역시 충분히 훌륭한 도구이고, 생각보다 많은 프로 마술사들도 레플리카를 사용한다. (심지어 그 유명한 에릭 치엔도!) 다만 워낙 손이 자주 가는 도구인 만큼, 이왕이면 니켈보다는 은화로 제작된 제품이 좋겠다는 생각에 얼마 전 새롭게 장만했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듯 락킹 처리가 되어 있어 디스플레이 서틀티를 활용할 수 있으며, 반대쪽 면에는 테프론 마감이 적용되어 있어 핸들링할 때 매우 부드럽게 움직인다. 두께 역시 일반 동전의 약 1.5배에 불과할 정도로 얇고, 측면 마감도 훌륭해 코인 롤을 하더라도 크게 티가 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USWC. 고화질로 볼 경우 해법 노출의 우려가 있어 블러처리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도구는 USWC(Ultimate Super Wild Coin).

 

2006년 FISM 클로즈업 부문 우승자인 릭 메릴(Rick Merrill) 마술사의 루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도구로, 코인 플라이 + 와일드 코인 연출이 가능하다. 범용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애매하고, 일부 핸들링은 순서와 타이밍이 꽤나 까다로운 편이지만 오직 정해진 하나의 완성도 높은 루틴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만한 도구도 드물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현재는 이 도구는 단종된 상태이며, 세부적인 구성과 가공 디테일을 변경하여 3M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종합

 

전반적으로 ML크래프트의 도구들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은화 기반의 기믹인 만큼 가격대가 상당히 높기는 하지만, 하나하나의 완성도가 뛰어나고 주문 제작 과정에서 원하는 사양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런 만큼 동전 마술을 진지하게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제작사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국내 제작사라는 점에서 오는 이점이 상당하다. 한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물론,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연락을 해도 답장 받는데에만 1주 이상 걸리는 스쿨크래프트나 시나노크래프트에 비하면 아주 양반) 필요하다면 공방에 직접 방문하여 김경욱 마술사와 대면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믹과 관련된 개인 세션을 받을 수도 있다. 단순히 주문한 도구의 연출이나 활용 아이디어를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리텐션, 팜, 슬리빙 등 동전 마술 전반에 걸친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점도 깨알 장점.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기나긴 주문 제작 기간. 해외 주문도 상당히 많고, 아마추어나 취미 마술사의 개별적인 의뢰보다는 프로 마술사를 위한 맞춤형 도구 제작에 무게가 실려 있다 보니, 비교적 간단한 기믹을 주문하더라도 최소 3개월, 보통은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나처럼 제작 과정에서 이것저것 추가로 의뢰하거나 기존 세팅을 변경하다 보면, 전체적인 제작 일정이 그만큼 더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도구를 받아 들었을 때는 주문 당시 불타오르던 동전 마술에 대한 열정이 한풀 꺾여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다만 제작 과정에서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진행 상황을 꾸준히 알려주는 편이고, 일정이 예상보다 지나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보상이 제공되기도 한다. 따라서 당장 필요한 도구를 빠르게 구하려는 사람보다는 앞으로 수년, 나아가 수십 년 동안 동전 마술을 즐기며 함께할 만한 명품 기믹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구매 및 견적 관련 문의는 아래의 김경욱 마술사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가능하다.

 

https://www.instagram.com/wkmlcraft?rpxt=eXUybXdnbDMxZG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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