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저널리스트 윌 아윈이 20세기 초 잡지에 연재했던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의 마술사이자 렉처노트 퍼블리싱 대표 김정명 마술사가 합본·번역한 책 <어느 타짜의 고백>에 대한 리뷰다.
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활동한 한 타짜의 실제 이야기를 토대로 한 소설로, 주인공이 타짜로 살아가며 겪은 다양한 사건들과 그가 실제로 사용했던 기법들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일반적으로 ‘타짜’라고 하면 뛰어난 손기술을 지닌 기술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이 작품 속 주인공은 손기술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공무원을 매수하고, 폭력과 절도까지 서슴지 않는 등 노골적인 사기꾼의 면모 또한 드러내며 입체적인 인물을 보여준다. 사기를 치고 들키지 않는 기술을 넘어, 설령 상대가 속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더라도 신고하거나 앙갚음하지 못하도록 치밀하게 뒷일을 설계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실제 사기꾼들 역시 이런 식으로 움직이겠구나 싶었다. 감탄을 넘어 서늘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이야기는 단순한 도박 기술담을 넘어 마치 <오션스 일레븐>과 같은 하이스트물의 분위기마저 풍긴다. 순회 서커스 공연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 금괴와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사기, 쓰리카드 몬테 이야기 등 다양한 방식의 사기극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한 행정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던 서부 개척 시대 말기의 풍경 —좋게 말하면 낭만이, 나쁘게 말하면 야만이 공존하던 시대상— 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책의 내용 자체도 무척 흥미롭고 몰입감이 뛰어나, 한 번 펼치는 순간 끝까지 단숨에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테이블 워크>와 <엑스퍼트 엣 더 카드 테이블>을 잇는 이른바 ‘타짜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손색이 없는 책이라고 느꼈다. 기존의 딱딱한 이론 중심, 기술 위주의 마술 서적에 다소 피로감을 느꼈던 독자라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겜블링과 사기의 역사, 그리고 그 이면의 세계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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