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리뷰] 추리소설 ‘십각관의 살인’

2026. 3. 29. 16:58·문화생활 및 기타/서적,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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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데뷔작 <십각관의 살인> 리뷰이다.

 

일본 추리소설은 시대에 따라 뚜렷한 흐름을 보이는데, 1980년대부터 2000년대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 유행했다. 본격 미스테리 소설이란 범인이 존재하고 탐정이 이를 추적하며, 독자 역시 이야기를 따라가며 트릭을 함께 풀어가는 형식의 작품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탐정 + 아군(독자 포함)’과 ‘범인 + 작가’가 맞붙는 일종의 두뇌 싸움 구조를 띠는데, 이러한 점 때문에 추리소설 장르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유형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본격 미스터리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이후 이어지는 ‘관 시리즈’의 출발점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는 이 작품을 만화로 먼저 접했는데, 1987년 작품 특유의 다소 올드한 감각은 느껴졌지만 꽤 인상적으로 보았기에 이번 기회에 밀리의 서재를 통해 원작 소설을 다시 읽게 되었다.

 

 

시놉시스

 

일곱 명의 미스터리 연구회 대학생들이 반년 전, 처참한 4중 살인이 벌어졌던 무인도로 일주일 동안 여행을 떠난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열 개의 변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형태의 십각형 건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그들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살인 예고장이 날아든다. 그리고 서로를 의심하며 하나둘씩 누군가에 의해 차례차례 죽어가는데...

 

 

감상후기(스포 O)

 

 

완성도는 아쉽지만 구조와 아이디어가 빛나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뉠 것이다. ‘이게 뭐야?’라고 느끼는 쪽과, ‘상당히 재밌네' 라고 받아들이는 쪽.

 

우선 트릭 이야기부터. 분명 트릭 자체는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연속된 살인 중 일부가 운에 의존하거나, 피해자의 미숙한 대응으로 인해 발생하는 흐름은 계획살인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다소 핍진성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물론 이를 현실성의 영역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정교한 설계를 기대하는 독자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다만 섬과 육지라는 두 개의 축으로 이야기를 분리해 전개한 서술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클로즈드 서클 형태의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과 육지에서 진행되는 진상 조사 과정은 처음에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점차 맞물리며 하나로 수렴해 간다. 특히 이 둘이 마지막에 이어지는 순간에 드러나는 반전의 구조에서 나오는 긴장감과 몰입도는 분명 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또한 1987년이라는, 과학수사와 전통적인 추리 방식이 공존하던 과도기적 시대에 쓰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분위기도 인상적이었다. 과학기술이 점차 발전해가는 시대 속에서 ‘미스터리와 추리가 가지는 의미’를 역설적으로 짚어내는 초반부의 문제의식 역시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에서의 살인 설계 자체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아도 충분히 성립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짧게 등장하는 카드 마술 장면 역시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대체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해질 정도. 나도 알려줘요.)

 

하지만 결말은 다소 애매하게 느껴졌다. 만화판에서는 비교적 납득 가능한 마무리로 받아들여졌던 반면, 원작에서는 오히려 허무하게 끝난다는 인상이 강했다. 다만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미숙함 역시 이해할 수 있고, 툭 하고 끊어지는 듯한 거칠음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매력 또한 분명 존재한다.

 

여러모로 완성도 면에서 아쉬웠던 작품이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소설. 남아 있는 ‘관 시리즈’ 역시 밀리의 서재에 대부분 올라와 있으니, 이어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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