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중고나라에서 물건을 샀는데 벽돌만 왔다더라
요즘은 직거래해도 신분증 없으면 위험해
안전거래가 오히려 더 위험한거 알지?
중고거래 사기. 나와는 먼 이야기인줄 알았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물건을 사고 팔아본 경험이 있던 나였고, 그동안 단 한번도 잡음이 나온적 없었기에 한번도 당할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극은 언제나 발 뻗고 잘때쯤 찾아온다' 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나에게도 일어나버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일의 시간동안 어떤 식으로 사기가 이루어졌고, 또 어떻게 내가 해결했는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자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무엇을, 어떻게 사기 당했는가?
발단은 절판된 마술서적에서 시작되었다.
국내의 마술시장은 상당히 좁고, 또 좋은 책들은 이미 예전에 절판된 것들이 많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중고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편이며 주로 페이스북이나 번개장터,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거래가 되곤 한다. 요즘 마술에 보다 진심으로 집중중인 나이기에, 절판된 한글 책들과 원서 서적을 구한다는 구매글을 네이버 마술 거래 카페에 작성하였다.
그렇다. 구매글을 작성했다.
일반적으로 판매글을 올릴때 보다 구매글을 작성할때 사기꾼들이 더 많이 꼬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실제로 이전에도 몇번 당하기 직전까지 갔었기 때문에, 거래에 있어 주의를 해야한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유저가 내게 채팅을 걸어오고, 이 사람이 이번 사기사건의 주인공되시겠다.
우선 연락을 받자마자 의심부터 들었다. 해당 카페에 방문이력이 현저히 적은점, 거래 후기가 없던 점, 구매글을 올린지 얼마되지 않아 연락이 바로 온 점이 상당히 이상했기 때문. 다만 혹시나 모르니 인증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에 물건에 본인의 이름을 적어서 인증이 가능한지, 나아가 인터넷에서 사진을 구해 위조할 수 없도록 서적의 특정 페이지에 본인 이름을 적어서 올리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약 4시간이 지난 후 요청한 서적의 정확한 페이지와 본인 이름 및 거래 날짜가 정확히 적힌 인증이 도착했다. 깨알같이 마술카드의 덱 커버에 이름과 날짜를 적어서 인증한 그의 모습을 보며 '아, 마술인이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안심을 하였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직거래를 하여 실물을 확인하면 좋겠지만, 현재 지방 파견 근무중인 나였기에 택배거래를 하기로 합의하였고, 이러한 생각으로 20만원을 그에게 계좌입금하였다. 인증했던 그의 이름과도 동일했고, 중고거래 사기에 자주 쓰이는 농협이나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아닌 기업은행이었기에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계좌가 더치트나 중고나라 사기이력 조회에서도 검색되지 않았던 것은 물론.
... 그 이후는 아마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입금 당일 택배 운송장을 보내주겠다던 그는 여러 사정을 대며 차츰 발송을 미루기 시작했다.
위의 채팅을 끝으로 그는 잠수를 타버렸고, 결국 3일째 밤이되어서야 나는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사실 그전부터도 불안했다. 인정하기 싫었을뿐...)
사기 금액은 20만원. 당장 없다고 해서 내 인생에 큰 지장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결코 작은 금액은 아닌 돈. 그리고 돈보다도 중요했던 건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그 사실 그자체였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신고를 접수하게 되었다.
(2편에서 계속...)
p.s.) 내가 이번 거래에서 가장 큰 안심을 하게 된 것은 '아주 상세한 인증'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이는 전형적인 3자 거래 형태의 사기방법이었다. '무엇이든 인증 가능' + '인증에 매번 시간이 걸림'이라는 요소가 특징인데, 이에 관해서는 추후 따로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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