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그 두 번째 작품 <수차관의 살인>에 대한 리뷰이다.
전작 <십각관의 살인>이 제법 취향에 맞아 인상 깊게 읽었던 터라, 그 여세를 몰아 ‘밀리의 서재’를 통해 관 시리즈를 차례로 감상하고 있다. 현재는 네 번째 작품까지 읽어가는 중인데, 흐름을 이어가며 기록을 남길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 한 편씩 정리해보려 한다.
시놉시스
사고로 인해 흉측하게 망가진 얼굴을 하얀 가면으로 가린 채 살아가는 후지누마 기이치. 그는 친구의 딸 후지누마 유리에를 아내로 맞아 외딴 골짜기에 세운 '수차관'이라 불리는 괴이한 저택에서 외부 사람들과의 접촉을 거부한 채 살아간다. 그가 유일하게 외부 사람들을 만나는 날은 그의 아버지 후지누마 잇세이의 기일이다.
후지누마 잇세이는 천재 화가이자 환시자(幻視者)로, '마음의 눈'으로 보고 캔버스에 옮긴 환상의 풍경들이 미래를 예시하기도 한다. 후지누마 잇세이의 그런 그림에 매혹당한 네 사람이 그의 기일에 맞춰 '수차관'을 방문해 작품을 감상하며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
폭풍우가 치는 후지누마 잇세이의 어느 해 기일, 네 사람의 방문객이 찾아오면서부터 그들의 고요한 일상에 파열이 일어난다. 소각로에서 머리, 몸통, 양팔, 양다리의 여섯 토막 사체가 발견되고, 수차관에서 일하는 가정부는 '탑' 발코니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후지누마 잇세이의 마지막 작품 '환영군상'과 함께 한 남자는 사라져 돌아오지 않는데…
감상후기(약스포 O)
훌륭한 시점 전환과 탄탄한 복선회수를 갖춘,
그러나 다소 뻔해서 아쉬웠던 작품
전작 <십각관의 살인>에서 ‘섬’과 ‘육지’라는 물리적 공간의 분리를 통한 서술 방식이 인상적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1년 전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시점 구조가 핵심적인 특징으로 작용한다. 1년 전 발생한 살인과 현재의 사건이 서로 맞물리듯 병치되다가, 결국 하나의 지점에서 수렴되는 전개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결말 역시 개인적으로는 호감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를 떠올리게 하는 전체적인 이미지와 함께, 그동안 촘촘히 깔아두었던 복선이 한 번에 회수되는 과정, 그리고 인간이 과연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묘한 질문까지 겹쳐지며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으로 완성된다. 전반적으로 칙칙하고 음울하게 쌓아온 분위기가 이 장면에서 정점에 이르는데, 마치 비 오는 날 정전된 순간 번쩍이는 번개에 의해 거대한 괴물이 드러나는 듯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범인의 정체는 추리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초반부, 대략 30% 지점에서 이미 짐작 가능한 수준이며 핵심 미스터리 중 하나인 ‘사라진 용의자는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해법 역시 호불호가 갈리는 ‘비밀 통로’ 장치에 의존한다. 물론 이 시리즈가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괴짜 건축가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납득은 가능하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 장치를 뛰어넘는 추가적인 매력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반적인 만족도는 전작보다 오히려 높았다. 전작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시마다 기요시가 본격적인 탐정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으며,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남은 작품들도 차례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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