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의 '겐자키 하루코' 시리즈 세번째 작품인 '흉인저의 살인' 리뷰이다.
전편인 '마안갑의 살인' 발생으로부터 수개월 후의 일화를 다루고 있으며 이번에도 전통적인 클로즈드 서클에 오컬트/SF적인 요소를 섞어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작들과의 차이라면 이번에는 '안락의자 탐정'의 컨셉까지 섞었다는 점.
시놉시스
참살귀가 지배하는 밤, 기괴한 저택에서 벌어진 참극. 그리고 사라진 명탐정…!
하무라와 겐자키는 마다라메 기관의 전 연구자의 연구 자료를 구하려는 나루시마의 의뢰를 받아, 그가 고용한 용병들과 함께 폐허가 된 놀이동산에 있는 '흉인저'에 잠입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도끼를 든 이형의 존재. 일행이 차례차례 시체로 발견되는 와중에 명백히 인간이 벌인 것으로 보이는 살인까지 발생하자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데……!
감상평(약스포 O)
왜 언제나 3편은 실망스러운걸까
'시인장'에서는 '좀비'가 등장했고, '마안갑'에서는 '예언'이 등장했다면 이번에는 '거인'이라는 존재를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이 거인이라는 핵심 소재가 전작들에 비해서 매력이 너무 떨어졌다. 거인의 탄생일화부터 시작해서 거인이 인간을 취식은 안하지만 목을 자르는 이유, 그리고 숨겨진 반전까지, 전작들의 핵심존재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기술하는데 돌이켜보면 '꼭 이렇게 과도한 컨셉을 들여서 설명했어야 했나?'라는 의문이 남는다. 까놓고 말해서 '오컬트적인 존재'를 집어넣기 위해서 길고 복잡하게 설명해서 넣은 기분이지, 그냥 전기톱 살인마 제이슨로 대표될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남들보다 근력이 조금 쎈 일반 살인마로 대체해도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좀비'라서 가능했던 범행트릭, '예언'이라는 구조 때문에 발생해버린 문제점 등 전작에서는 핵심 소재가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면 이번에는 '거인'을 빼고 논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는 게 참 아쉽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시도한 다중 서술방식이나 겐자키 히루코의 '안마의자 탐정' 컨셉 역시 전혀 매력적이지 못했다. 화자를 바꾸면서 서술하는 방식의 핵심은 교묘한 서술트릭과 화자 간 교차서술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서의 화자 스위칭은 단순히 범인이 아닌 사람의 목록을 공개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자그마한 반전이 있었지만, 이 역시 핵심도 아닐뿐더러 독자들은 전혀 추리해낼수 없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매력적이지 않았다. 직접 발로 뛰어 증거를 수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남이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앉아서 추리해내는 '안마의자 탐정'의 등장을 위해 두 주인공을 물리적으로 분리시킨 방식 자체는 참신했지만, 사실상 아무 위협도 없고 대화나 물품 교환이 자유롭게 가능한 분리였기에 '이럴거면 차라리 다리를 다치게 해서 못움직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거인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공간에 갇혔지만 실질적인 위협이 한번도 닥치지 않는 여주인공에 대한 묘사, 그리고 그에 대한 굉장히 'Lame Excuse'까지 기술되는 것을 보니 머리가 아찔할 정도.
그 외에도 특수부대라지만 육탄전 외 멘탈수련은 전혀 안되어있는 부대원들, 뜬금없는 배신을 보여주는 일부 등장인물, 한번도 강조한적 없지만 갑자기 중요해진 완벽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인류애, 적절한 복선이나 묘사없던 반전들, 쓸데없이 복잡하기만 하다가 독자들은 절대 알수없던 비밀통로가 다수 등장해버린 지형지도, 그리고 기대하지 않던 후속작 예고 등 여러 면에서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퇴보된 느낌이 들던 작품. 그나마 마지막의 특정 핵심물건 전달방식에 대한 기술이 흥미로웠고, 전작을 읽을 독자를 위한 장치나 오마주를 볼때 작은 웃음을 지었을 뿐, 이 작품을 시리즈 첫작품으로 봤다면 아마 나머지 시리즈는 안봤을 것 같다. 4권이 언제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선발대로는 안볼듯하네.
평점 - ★★☆☆☆
'문화생활 > 서적,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벼운 리뷰]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1) | 2025.06.10 |
---|---|
[가벼운 리뷰] 판타지 웹소설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 리뷰 (1) | 2025.06.05 |
[가벼운 리뷰] 추리소설 '마안갑의 살인'을 읽고(약스포 O) (2) | 2025.06.01 |
[가벼운 리뷰] 무협 웹소설 ‘무림서부’ 리뷰 (0) | 2025.05.31 |
[가벼운 리뷰] 퓨전무협 웹소설 '시한부 천재가 살아남는 법' 리뷰 (0) | 2025.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