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리뷰] '스토너'를 읽고
서론
미국의 작가 존 윌리엄스의 1965년 발표작 '스토너'에 관한 리뷰이다.
발표 직후 절판되었던 이 책은 당시에는 대중에게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책으로, 2000년대 중반 유럽지역에서 재발견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 신화를 썼다. 수 많은 명사들과 문학 애호가들이 인생소설이라 손꼽기도 한 책이고, 국내에서도 2-3년 전부터 워낙 유명하던 책인지라 나도 알고는 있었는데 마침 지인의 추천이 있어서 독서하게 되었다.
줄거리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한 남자가 영문학으로 진로를 바꿔 살아간 이야기
감상평
참 미묘한 느낌의 소설이다. 조금 더 과하게 말하면, 다들 좋은 소설이라 해서 좋다고 생각하는게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인 소설.
부모의 바람을 저버리고 영문학으로 전공한 그는 결코 영웅적이지도, 찬란하지도 않은 삶을 살아간다. 오히려 세간의 기준으로 판단하면 실패에 가까운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학계에서도 크게 인정받지 못했고, 여러 구설수에 휘말릴때 잘 빠져나가지도 못했으며, 죽을때까지 정교수 자리를 얻지도 못했다. 남편으로서도, 아버지로서도 버림받아 결국 실패한 가정생활을 보냈고, 삶의 마지막에서는 고통스러운 암투병으로 끝내게 되었다. 이렇다 할 클라이막스도 없고, 고구마에 대한 사이다도 없다. 그저 그가 살아간 모습을 담백하게 담아낼 뿐이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부분의 삶이 그렇지 않냐고. 우리가 슈퍼스타와 성공신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냐고.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러한 '일반인의 삶' 이야기가 담백하게 다가오는게 아닌지 말이다. 어느 정도는 공감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는 역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의 삶은 스토너와 닮았는가?
소설이 발간된 시점과는 이미 60년의 차이가 있기에 현재의 가치관과 기준을 기반으로 내린 판단은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 그 작품의 평가를 위해서는 당시 삶과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2025년 지금,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나에게 있어 스토너의 삶은, 좀 속된 말로 패배에 가깝게 느껴진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쫓아 가업을 버리고 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나서기도 하고, 세계 전쟁 당시 시대의 요구와 다르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하여 대학에 남아있기를 선택한 그의 삶 전반부는 칭송받아 마땅하다. 본인이 본인으로서 살아있는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어느 시점이라고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은 논란만 일으킬 것 같은 어느 시점 이후의 삶은 수동태 그자체이다. 그는 자발적이지 못하고, 매사에 끌려가며 자신의 처지를 남에게 맡긴다. 힘이 없거나 할수 없는 상황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회피할 뿐이다. 어느 여교사와의 금지된 관계를 즐기려 할때도, 자신의 정적과의 싸움도 모두 다 결국 자신이 내려놓았다. 그 선택이 자신의 남은 삶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이러한 그의 삶이 과연 요즘의 우리의 삶과 닮아있을까?
진정으로 '삶'을 포기한 채 그저 '죽음이 아닌 상태'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혐오한다. 내가 그런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생긴 자기혐오일지도 모르겠다. 남들도 나와 같은 삶을 사는 것 역시 내겐 이해되거나 공감이 되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스토너를 명작이라고 하는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하는 타산지석이라고 하면 모를까.